금융사, 해외 자회사에 무담보 대출·보증 가능

입력 2015-06-02 21:53  

임종룡 금융위원장, 지주사 임원들과 간담회

지주사 경쟁력 강화 위해 고객 정보공유 규제 완화
"은행, 中금리 대출 나서고 각종 수수료는 자율 결정"



[ 김일규/박한신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한·KB·농협·하나 등 9개 금융지주사 전략담당 임원들과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지주사 임원들과 토론 과정에서 “은행이 저신용자 대상 연 10%대 중금리 대출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해외 영업 지원하겠다”

간담회에서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은 “해외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 때 담보를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담보 확보 의무 때문에 현지에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지 못해 영업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募?얘기였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무담보 신용공여가 가능한 해외법인의 지분 요건을 완화하거나, 담보 면제기간(2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지금은 국내 금융사가 8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해외법인에 자금을 지원할 때는 담보를 확보하도록 돼 있다. 금융위는 또 해외법인에 대한 대출뿐 아니라 보증도 허용키로 했다.

김일수 BNK금융지주 부사장과 서한국 JB금융지주 상무는 한 금융지주에 은행이 두 곳인 경우 이들 은행 간 입금·지급 업무 위탁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임 위원장은 “자회사 간 업무 위탁 금지를 최소화하겠다”며 허용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하나은행 고객은 외환은행 지점에서도 자유롭게 입금·지급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 BNK금융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JB금융 자회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과도하게 강화된 규제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홍진기 DGB금융 상무는 “자회사 간 고객정보 제공 때 반드시 문서 또는 전자우편으로 통지해야 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보 제공 내역을 금융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민금융 확대 요구

이날 간담회에선 은행의 수수료 수준과 서민금융에 대한 역할을 놓고 임 위원장과 지주 임원 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 융당국의 수수료 규제가 과도하다는 일부의 불만에 임 위원장은 “따져 보니 금융당국의 규제가 적용되는 수수료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며 “나머지는 금융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규제 때문에 수수료 영업을 못한다고 하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적정한 수수료를 받든지, 경쟁하기 위해 더 낮추든지는 금융사가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는 의미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서민금융 기술금융 등과 같은 정책금융의 역할이 은행에 가중되는 데 대해서는 “새로운 신용 루트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은행은 서민금융에 익숙하지 않다. 서민금융은 저축은행 등이 맡는 게 낫다”(박성호 하나금융 전무)는 지적에 임 위원장은 “은행이 금리를 더 받더라도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에 나서야 한다”며 “연 10%대 중금리 대출은 은행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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