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고속성장했지만 진출 3년 만에 유동성 위기
무리한 확장, 점포관리 부실…현지 텃세에 경영서 배제
국내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 베이징=김동윤 기자 ]
2012년 4월 한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카페베네는 고속성장 중이었지만 한국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중국 현지 중치투자그룹과 50 대 50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작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중국 내 매장 수는 단숨에 600여개로 늘었다. 전성기 때는 매월 가맹비 등으로 9000여만위안(약 160억원)을 벌어들였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특유의 ‘공격경영’이 중국에서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올초부터 이상조짐이 나타났다. 상하이의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대금 605만위안(약 10억5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2월 초 나왔다.
한인 사회에선 유동성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카페베네 중국법인에서 근무한 한 중국인 직원은 “작년 12월 월급을 올 2월에야 받았다”며 “그 많던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직원들이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맹점 개설비용이 너무 높고, 기존 매장의 장사도 안 된다는 소문이 작년 하반기부터 돌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카페베네 한국 본사 관계자도 “중국 사업이 위기에 처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카페베네의 위기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빠질 수 있는 시행착오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한국에서의 성공에 도취돼 무리한 외형 확장을 꾀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카페베네는 점포 개설 희망자에게서 가맹비 50만위안을 받아낸 직원에게 2만7000위안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장을 시도해왔다. 덕분에 가맹점이 빠르게 늘었지만 지원 유통망이나 관리조직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커피 원두나 여러 식재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영업에 차질을 빚는 매장이 속출했다.
합작 형태로 진출한 것 자체가 패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 측 파트너를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을 빼면 합작으로 성공한 한국 회사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카페베네 중국법인 대표는 2013년 한국인이었지만, 작년부터 중치투자그룹 측 인사로 바뀌었다. 이후 카페베네는 경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한국 카페베네 관계자는 “양측 인사 3명씩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었지만 이사회가 유명무실해지더니 작년 하 膚羞壙?중국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무리한 매장 확장이나 방만한 지출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믿어달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카페베네 중국법인은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중치투자그룹 주도로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한국 본사의 추가 투자 여력이 바닥나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상하이의 한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 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진출했다간 좋은 한국 브랜드만 죽이고 국가 이미지도 덩달아 나빠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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