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하는 두 원칙
공적자금 회수·조기민영화 모두 만족시키는건 어려워
국내외 투자수요 파악 후 적절한 매각 방안 제시
[ 이태명 기자 ]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이 다음달 중 나온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사진)은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투자수요 조사를 마치는 7월에 매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일괄매각으로 할지, 분산매각으로 할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리지 못했다”며 “또다시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에 다각도로 (매각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방식 어떻게 될까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지분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다섯 번째 민영화를 앞두고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예보 지분을 쪼개 5~10곳의 과점주주에게 나눠 매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최근 쿠웨이트투자청 등 중동 국부펀드를 만나 의향을 타진한 결과 4~10%가량의 지분을 인수하려는 곳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중동 쪽 투자 유치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박 위원장은 “분산매각을 하려면 해외 사모펀드(PE)나 국내 연기금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것 역시 제약이 있다”며 “분산매각 방식은 투자 유치에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등 고려할 게 많다”고 전했다. 과점주주 매각 혹은 분산매각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한계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서 거론되는 모든 매각 방식을 원점에서 검토해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적자금 회수 원칙 바뀔까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와 ‘조기 민영화’를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 기본 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제값을 받고 팔아 4조6000억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주인 찾기도 빨리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우리은행의 조속한 민영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주당 1만4800원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정부는 가급적 투입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싶어하는데, 그럴 경우 조기에 민영화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와 조기 민영화라는 두 원칙이 상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금 회수가 중요하지만 민영화가 늦어질수록 (우리은행에 자금을 투입한) 예보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뤄지려면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에 지나치게 연연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적자금 전액 회수만을 고집하면 지분 매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6개월간 1만2000원을 넘은 적이 없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39다. 저금리로 수익성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은행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탓에 주가가 오르기 힘든 구조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주당 1만4800원 매각을 고집해선 우리은행 민영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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