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흑사병 확산의 공통점

입력 2015-06-04 07:45  

(김동욱의 역사읽기)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사망자도 발생했고, 확진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전염병 확산 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과거 인류사에 크고 작은 기록을 남긴 주요 전염병의 확산사례가 떠오르게 된다.

우선 연상되는 것은 흑사병(페스트)이다. 유럽 흑사병의 기원으로 꼽히는 (서구 역사가들은 보통 안 좋은 것은 모두 동양에서 기원했다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것은 1346년 몽골군의 크림반도 카파(Caffa)공략전이다.

당시 카파는 지중해 무역을 주도하던 제노바 상인들의 거주지가 있던 곳이었다. 유럽 상인들은 물론 몽골(타타르)과 러시아, 아시아의 상인들이 와서 이탈리아산 제품과 교환하던 교역의 중심지였다.

이 도시는 1346년 자니벡 칸이 지휘하는 몽골 군대에게 포위됐다.

하지만 재앙은 카파를 포위했던 몽골군을 먼저 덮쳤다. 당시 도시에 거주하다가 구사일생한 이탈리아인 가브리엘 데 무시스는 “타타르인 들이 도시를 포위했는데, 갑자기 타타르인들 사이에서 흑사병이 돌면서 타타르 지도자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하룻밤 새 수천 명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의 오만방자함에 하늘이 복수의 화살을 날린 듯 했다”고 묘사했다.

저명한 러시아사 전문가 브레나드스키에 따르면 이 당시 페스트로 크림반도에서만 8만5000명이 죽었다고 추산할 정도로 ?지역에서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한다.

하지만 몽골군은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병을 고칠 가망이 없어지자 카파시 방어세력에게도 재앙을 넘기기로 했다. 무시스 표현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에게도 고통을 맛보게 하려고” 타타르인 들은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들을 투석기를 이용해 도시 안으로 던져 넣은 것이다.

도시안의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죽은 시체들이 도시 안으로 던져져 산처럼 쌓이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카파시안에 포위된 기독교인들로선 말 그대로 시체를 치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시체로부터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카파시를 휩쓴 페스트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다. 카파를 탈출한 소수의 배편을 통해 지중해 전역으로 퍼졌고 이내 북유럽과 서유럽으로 퍼져 1340년대 후반~1350년대 대페스트의 충격을 줬다. 운 좋게도 밀라노처럼 병마가 피해간 곳도 있지만 베네치아는 하루 600명씩 죽어나갔다. 다른 이탈리아도시들도 공동묘지가 됐다. 유럽 전체적으로 1347년에서 1350년까지 4년 동안 전체 인구의 3분의 1정도가 죽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전염병에 대한 대처법엔 과거와 오늘날이 큰 차이가 있겠지만, 초기 전염병의 확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끝)

***참고한 책****

Klaus Bergdolt, 『Der Schwarze Tod in Europa-Die Große Pest und das Ende des Mittelalters』, C.H.Beck 1994

윌리엄 H.맥닐,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허정 옮김, 한울 1995

필립 지글러, 『흑사병』, 한은경 옮김, 한길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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