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오피스텔 주민 충돌…정부 "협의로 해결을" 뒷짐
허술한 법체계 정비 시급…수익금 착복 등 비리 만연
관리비 상승 주민만 피해…野, 집합건물법 개정 추진
[ 이해성 기자 ]
집합건물 중에서도 주상복합 관리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 많다. 먼저 전체적인 관리는 ‘지방자치단체 회계·감시’ 등의 규정이 없는 집합건물법을 따르기 때문에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택법과 집합건물법이 부딪히는 문제도 있다.
아파트가 150가구 이상인 주상복합건물에선 관리 주체가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주민만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된다. 오피스텔과 상가 측(입주자·소유자)이 얼마나 많건 상관없이 ‘아파트를 따르라’고 해놓은 것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상가 간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둘로 쪼개진 관리주체
서울 마포구의 A주상복합은 현재 관리주체가 두 개다. 아파트 측 입주자대표회의(입주자회의)와 오피스텔·상가 측 관리단(자칭 비상대책위원회)이다. 비대위 坪?“입주자대표가 부적절하게 구성됐으며 독단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며 입주자회의 구성 무효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제기해 놓고 있다.
입주자회의 측 주장은 다르다. 입주자회의 측 관계자는 “관리업체, 경비·청소 등 용역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비대위가 계약기간 만료 뒤에도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입주자회의는 관리업체 선정 권한을 가지며, 관리업체는 관리비를 집행하고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집합건물관리단은 이 권한을 두고 입주자회의와 충돌하고 있다. A주상복합 양측은 폭행 사건으로 최근 경찰 조사도 받고 있다.
주상복합건물은 관리주체가 나뉘면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관리비 징수, 방재 등 각종 시스템 운영, 청소 등 서비스 영역을 두 개로 명확히 쪼개기란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집합건물법은 사법(私法)이라 주민 자치를 강조한다”며 “서로 협의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 B주상복합을 둘러싼 소송은 주택법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법원 2부는 B측이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사연은 이렇다. 성북구는 B주상복합이 관리주체 구성 때 주택법 적용 대상이니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대표를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주상복합 입주민들은 ‘건물이 2007년 주택법 개정 전에 지어졌으니 그렇게 할 缺??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성북구가 이겼지만, 2심에서 뒤집혔고 대법원은 주상복합 주민 손을 들어줬다. “2007년 4월 개정된 주택법에 경과규정(개정 법 시행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에는 적용하지 않는다)을 두지 않아 혼란이 커졌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5부는 “B주상복합은 주택과 상가 부문의 관리주체가 분리돼 있어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며 주택법 맹점을 지적했다. 권형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률 미비로 집합건물 관리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관리비 증가
집합건물법의 법률 미비에 따른 비리는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해 9~10월 민원이 집중 제기된 주상복합 등 집합건물 9곳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3곳은 주민 저항에 부딪혀 조사에 실패했고 6곳만 조사했다.
B주상복합은 유지보수공사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사용하지 않고 다른 항목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C주상복합은 관리업체가 변경되기 전 자료를 모두 없애버렸다. D주상복합은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 E주상복합은 골프장 운영수익 35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받아 쓰고 전기료 545만원을 떼먹었다.
문제는 이런 비리가 쌓여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6명은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지난달 6일 발의했다. 집합건물의 관리 투명성을 높이고 분쟁 시 행정 개입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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