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불안한 세계 1위…수주는 늘고 있지만 본격반등 험로 예고

입력 2015-06-04 21:31  

산업리포트

불황에 선전…대형선박 기술·연료효율 무기로
수주 가뭄은 탈출했지만 본격 회복까진 시간 걸릴 듯

'말뫼의 눈물' 우려…번창했던 스웨덴 말뫼 조선소
1弗에 대형크레인 현대重에 팔아…中·日에 밀려 한국서 재연될 수도



[ 도병욱 기자 ]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자칫하면 세계 1위 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팽배하다. 간간이 선박 수주 소식이 들리지만, 작년만 못하다. 엔저(低)를 등에 업은 일본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추격은 거세진다. 이런 상황에서 “말뫼의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이 유럽에서 한국으로 넘어왔음을 상징하는 ‘말뫼의 눈물’이 10여년 만에 한국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말뫼의 눈물을 기억하라”

박종봉 현대중공업 부사장(해양플랜트사업본부 해양사업대표)은 4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말뫼의 눈물 일화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말뫼의 눈물은 남의 이야기맛?아닌 우리의 눈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뫼의 눈물이란 현대중공업이 2002년 스웨덴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인 ‘사건’을 의미한다. 스웨덴 말뫼에 본사를 뒀던 코쿰스 조선소는 한때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했지만 한국 업체의 약진에 밀려 결국 문을 닫았다. 조선소 안에 있던 크레인은 해체비용을 부담할 회사를 찾지 못해 방치되다 현대중공업에 매각됐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크레인이 배에 실려 사라지는 모습을 장송곡과 함께 보도하면서 “말뫼가 울었다”고 표현했다. 그 크레인은 현재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있다.

박 부사장은 “조선·해양플랜트는 수주 감소, 경쟁력 저하, 수익성 저하 등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은 우리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고, 기술력과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 조선업체들도 대량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마저 하락하면서 고객들이 선박·해양플랜트 발주를 줄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조선업, 위태로운 1위

박 부사장의 진단처럼 한국 조선업계의 상황은 어렵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1~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989만9782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의 무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주량(2343만8845CG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 업체의 수주량도 지난해 577만9695CGT에서 올해 433만2061CGT로 약 25% 줄었다. 특히 올 들어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은 전무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대형 석유회사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사업구조를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재편하자마자 해양플랜트 발주가 끊긴 데다 이미 수주한 사업에서는 일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경쟁 국가들의 약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한국을 제치고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은 지난 1월 수주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은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빅3’ 가운데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2개사가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불황 속 선전…언제 반등할까

조선업계에서는 불황이 올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당장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해운경기 상승세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국 조선업체들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불황 속 선전(善戰)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지난해 1~5월 1002만2657CGT를 수주했지만, 올 수주량은 195만5158CGT에 그쳤다. 일본의 수주량도 같은 기간 498만956CGT에서 222만6419CGT로 반토막 났다. 그러다보니 이 기간 수주량 감소폭이 25%에 그친 한국이 시장점유율 1위를 되찾았다.

수주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노르웨이 선사와 LNG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1척 건조 계약을 맺었고, 대우조선해양은 2일 AP몰러 머스크로부터 18억달러(약 1조9800억원) 규모의 대형 좝戮犬迦?11척 수주를 따냈다. 삼성중공업은 4일 미국 선사와 3700억원 규모의 셔틀탱커 3척 계약을 체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1위 누적수익률 100% 돌파, 참가자 전체 누적수익률은 40% 육박
[이슈] 30대 전업투자자 '20억원' 수익 낸 사연...그 비법을 들어봤더니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