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모든 것 버린 피란민들
빅토리호가 마지막 배였다
로이스 위원장·랭글 의원 등 참석
"美, 남북 이산가족 상봉 노력해야"
[ 장진모 기자 ]
1950년 12월 눈보라 몰아치는 흥남부두에서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구한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 로버트 루니(83·변호사).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을 찾은 그는 65년 전의 피란민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며 아비규환 같은 흥남철수 장면이 그대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아는 한국말이라고는 ‘빨리빨리’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 명이라도 더 배에 태우려고 안간힘을 썼죠. 자유를 얻으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우리에게 달려온 이들이었습니다.”
이날 저녁 미 의사당 오리엔테이션 영화관에서는 6·25 참전 노병들과 미 의회, 한인단체, 주미 대사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시장’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6·25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하원의원(민주·뉴욕)과 친한파 의원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이 주최한 행사였다. 한국 영화가 미 의회에서 상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스 위원장과 랭글 의원은 “영화 ‘국제시장’은 한·미동맹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 “이산가족들이 살아 있는 동안 북한의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미 국무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피란민 구출을 도와 ‘한국판 쉰들러’라는 별칭을 얻은 루니씨는 “수천, 수만명의 사람이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마을을 버리고 부두로 달려왔다”며 “그들이 자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바다였고, 그 마지막 배가 바로 우리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배에 올라탄 피란민에게는 음식도, 물도, 전기도 없었지만 자유를 향한 풍족한 마음이 있었다”며 “거제도로 내려오는 동안 다섯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선박에서 무기를 버리고 피란민을 태우라는 명령을 내린 당시 10군단장이었던 에드워드 아몬드 소장의 외손자 토머스 퍼거슨 예비역 대령(72)도 상영회를 찾았다. 그는 “후세에게 6·25전쟁의 의미와 교훈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상영회 후 “미 의회라는 뜻깊은 장소에서 ‘국제시장’이 상영돼 큰 영광”이라며 “이번 영화가 미국이 한국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는 “피로써 맺어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확인하고 미 정치권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는 CJ엔터테인먼트 후원으로 미국 주요 지역에서 ‘국제시장’ 순회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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