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석유메이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동상이몽'

입력 2015-06-05 03:57  

"유가 올라 소비자 외면" vs "온난화 해결…적극 동참"


[ 박종서 기자 ] 기후변화 대응방안 가운데 하나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형 석유회사들이 정반대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유럽 회사들은 탄소배출권 가격결정 구조를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섰지만, 미국 회사들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2위 석유회사 셰브론의 존 왓슨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세미나에 참석,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석유업계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배출과 관련한 비용이 석유값에 전가되면 소비자는 더 저렴한 에너지를 찾아 떠날 것”이라며 “소비자는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석유업계에 이로울 것이 없는 탄소배출권 제도에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유럽 회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게 왓슨 CEO의 주장이다.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유럽의 6개 대형 석유회사는 오는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 협상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유럽과 미국의 대응이 판이한 것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사회?압력과 주주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회사와 달리 로열더치셸과 BP 등 유럽계 석유회사는 영국 환경청의 연금펀드 등 공공기관과 환경단체로부터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이유도 어쩔 수 없이 제도를 수용해야 한다면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생각이라는 게 국제석유업계의 평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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