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병원의 의사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시민 1500여명 이상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4일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의사는 5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음은 ⓓ병원 의사의 주장이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건 31일이고, 그날에서야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걸 알았다"
서울시는 내가 마치 의심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행사에 참석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29일에는 평소의 알레르기 질환 때문에 약간의 기침이 있었을 뿐이고 30일에는 기침도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다만, 30일 저녁에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이건 잠을 충분히 못 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비로소 31일 오전 회진을 돌면서 메르스 환자와 접촉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는데 그날 11시쯤에서야 이전과 다른 몸의 이상을 느꼈다. 이건 30일 저녁에 잠시 나타났던 몸살 기운과는 확연히 달랐다.
"31일에는 심포지엄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서울시는 내가 30일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하고, 31일 오전에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31일 오전 심포지엄은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30일에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행사에 간 건 맞다. 하지만, 그날 심포지엄도 사람이 드문 곳에 1시간 정도만 앉아 있었고, 당시 메르스 증상은 전혀 없었다. 의사로서 (메르스) 증상을 알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잠복기였던 것 같다. 과학적으로 무증상 잠복기 상태에서 전파력이 없다는 건 확인된 사실이다.
"31일에서야 역학조사관과 만났고, 그전에는 의심환자나 격리자로 지정받지 않았다"
31일 오전 11시께 근무를 마치고 퇴근했는데, 이때부터 몸이 이상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해 바로 잤다. 자고 일어나니 몸살과 두통 증상이 있었다. 그래서 병원 감염관리실에 오후 2~3시께 연락하니, 메르스 증상이 맞다면서 보건소에 빨리 연락해보라고 했다.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오후 8시께 검체를 받으러 왔다. 보건소에서 격리병실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병실이 나지 않아 (ⓓ병원) 격리병실로 들어갔다. 이후 국가지정격리병실로 옮겼다. 중요한 건 31일 나 스스로 메르스 증상을 느껴 병원과 보건소에 연락하기 전까지 방역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주장은 역학조사관한테 말한 걸 짜맞춘 것이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내용은 31일 역학조사관과 3시간 가량 인터뷰하면서 말한 내용을 빼돌린 것이다. 역학조사관한테 말한 내용을 서울시가 자기들 주장에 맞춰 짜맞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역학조사관을 만나 과거 상황을 되짚어 나가다 보니 29일 기침이나 30일 오후의 몸살 증상이 언급이 됐다. 이걸 가지고 서울시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메르스 때문에 나타난 게 아니다.
"서울시는 발표전에 사실관계 파악을 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만약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을 발표하려면, 환자 본인과 병원 측에 확인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확인 작업이 없었다. 최소한 내 얘기를 들어보고 발표를 했어야 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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