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간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헤지펀드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사전 협의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주식을 대랑매집했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WSJ는 투자자들이 서로 공모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매집할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증권 관련 규정에 명시돼 있다며 이번 조사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광범위한 대책의 일부라고 전했다. 헤지펀드들이 소규모 주주들과 연합해 ‘5% 규칙’을 피해 지분을 늘린 뒤 투자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WSJ는 SEC가 최근 몇 건의 주식매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거래와 연관된 헤지펀드에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는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한 뒤 자산매각이나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을 뜻한다. WSJ는 감독당국이 그동안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해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이번 조사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주식매입을 사전 협의한 사실이 없으면 헤지펀드들이 사후에 공동보조를 취하더라도 불법이 아니어서 그동안 SEC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SEC는 지난 3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불도그인베스트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인포메이션서비스에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면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또 다른 헤지펀드 파운데이션애셋매니지먼트와 사전합의가 있었는지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불도그 측은 이를 부인했고, SEC도 시장 평균을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올린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타깃이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자사주 매입이나 자산매각을 요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면서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됐다. WSJ에 따르면 메리 조 화이트 SEC 위원장은 “우리의 역할은 행동주의 투자가 증시에 유익한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들이 공평하게 투자 정보를 받고, 규칙에 따라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위원장은 그러나 지난 3월 한 대학 강연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겨냥해 “기업과 주주 모두를 해롭게 하는 선동적인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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