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메르스…지금이 싸울 때인가

입력 2015-06-05 21:51  

정치싸움에 '산으로 가는 메르스 해법'

서울시 "감염 의사 접촉 1500여명 격리"
청와대·복지부 "국민 불안만 증폭시킬 뿐"
여당은 박 시장 비판·야당은 옹호 '이전투구'

확인 절차 거치지 않아…"박 시장 발표 성급" 지적



[ 정종태 기자 ]
국가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놓고 ‘정치공방’이 확산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3차 감염자인 서울지역 의사의 관리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사실을 은폐 왜곡하고 있다”며 상호 비방전을 벌였고, 청와대와 여야가 가세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부 편에 서서 서울시 공격에 나섰고, 야당은 서울시를 두둔했다. 메르스 해법은 뒷전인 정치판의 이전투구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복지부가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전날 밤 긴급 브리핑에서 “3차 감염자로 확인된 서울지역 의사(35번 환자)가 의심 상태에서 시민 1565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으나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격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장관은 “사전에 충분한 정보 공유가 이뤄졌고, 오히려 행사 참석자 추적 과정에서 서울시의 협조가 안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박 시장의 발언을 겨냥한 듯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려 하면 혼란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시장처럼 박 대통령도 중심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박 시장을 옹호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나 청와대뿐 아니라, 이를 정치공세로 활용하는 정치권에 대해 국민의 염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들은 무엇보다 다수의 시민과 접촉한 35번째 환자로 인한 메르스 전파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서울시와 ‘진실공방’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투명한 정보 공개 여론에도 불구하고 병원 정보 공개를 미뤄온 복지부가 사태 발생 2주 만에 감염 환자가 집중 발생했던 병원 이름을 공개하며 “5월15일에서 29일 사이에 이 병원을 방문한 분은 신고해달라”고 밝힌 부분도 뒷북 대응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시장의 전날 발표를 놓고도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5번째 환자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의 발표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며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과의 접촉 사실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이 당사자에게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의 협의도 없이 발표해 국민 불안을 더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시민 안전을 책임지려는 결단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초동 대응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커지는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공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박 시장 공격에 가세한 청와대 역시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다하려 하기보다는 정치적 공방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사태 발생 초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지난 2일 처음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주재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3일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복지부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컨트롤타워’ 설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메르스 사태를 진두지휘하며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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