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감기, 지자체들이 제각기 무엇에 대처한다는 건가

입력 2015-06-07 20:32  

정부가 어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진 판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와 보건환경연구원에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많이 분포돼 있는 서울 경기 충남 대전 등 4개 지자체와 실무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들 지자체장과의 간담회 이후 밝힌 내용이다. 국가적 재난 사태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간 집안싸움을 벌인다는 여론이 일자 일단 정부가 주요 지자체장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구도다. 정부는 이날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쳐간 병원 24곳의 명단도 모두 공개했다.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하는 모습이 당장은 좋게 보인다. 하지만 언제 다시 불협화음이 터져나올지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로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메르스 관련 조처를 강력 비판하거나 독자적 행보까지 서슴지 않았던 게 지자체장들의 행태였다. 메르스 환자의 동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중앙정부를 비판한 지자체장도 있고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직장과 거주지, 심지어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실명까지 공개한 시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무분별한 대응이 겹치면서 적지 않은 혼란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명 공개 환자의 거주지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자체들의 행보가 공포만 확산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고 정작 질병 대처에는 별 효과도 없다?것이다.

이제 공은 지자체로 넘어갔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제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전염병 관리에 나서거나 중앙정부와 정치적 대립각만 세우게 된다면 혼선은 극대화되고 질병 퇴치는 오히려 요원해지고 만다. 중앙정부의 종합적 계획과 통제가 더욱 필요한 때다. 여야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만큼 곧 통일된 지침과 대처방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앙정부와 손발을 잘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최근 서울시 행보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점도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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