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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피스빌딩의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매각주관사 선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되고, 매각 진행 속도 자체도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오피스빌딩은 공실률 리스크가 너무 커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매물 매각진행 지지부진
영국 푸르덴셜 그룹 계열의 M&G리얼에스테이트는 지난달 초 서울 서초동 나라종금빌딩을 팔기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에 나섰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주관사 선정이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팔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M&G리얼에스테이트가 갖고 있는 부동산 자산이 몇 없는데다 나라종금빌딩의 공실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팔릴 지도 모르고, 팔더라도 좋은 가격을 못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인 하나대투빌딩은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인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임차인인 하나대투증권 등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과 임대계약을 이어갈 지 여부를 해결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 한 부동산투자전문회사 관계자는 “하나대투증권을 비롯한 입주사들의 임차확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대형 매물이라 할 지라도 거래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이 선매각하기로 한 세운지구 오피스빌딩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1·2구역 오피스빌딩 2동은 매각주관사 선정도 못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선매각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지금은 선매각 절차가 중단된 상태로 언제 다시 추진할 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1분기 서울 공실률 9.9%…리스크↑
이들 오피스빌딩의 주요 잠재 투자자인 연·기금과 공제회, 생보사 등은 국내 오피스빌딩은 큰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A공제회 부동산투자 관계자는 “국내 오피스빌딩은 이미 가격이 오를데로 올랐다”며 “향후 자산가치가 더 오를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공실률이다. 부동산서비스업체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9.9%다. 도심지역은 10.9%에 달한다. 10곳 중 1곳이 비는 것이다.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2014년 1분기 7.9% △2분기 8.5% △3분기 8.9% △4분기 9.2%로 꾸준히 올랐다. 메이트플러스 관계자는 “요즘 임차인이 원하는 조건은 최대 3개월 렌트프리(무상임대)인데, 이래선 수익률이 안나온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국내 오피스빌딩이 잘 팔릴 수 있는 조건으로 △임차확약 △외국계 자본 투자를 꼽았다. 지난해 8월 아부다비투자청이 사들인 남산스테이트타워는 3.3㎡당 2489만원에 거래돼 그해 빌딩거래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박응한 지방행정공제회 개발사업본부장은 “외국계 자본은 장기투자를 하는데다 ‘한국의 랜드마크빌딩을 산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공실률에 상대적으로 초연하다”며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는 단기 수익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실률이 높은 국내 오피스빌딩이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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