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주총 앞두고 우군 확보 총력전
[ 임도원 / 주용석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9일 오후 4시40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법적 절차에 나섰지만 재판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현행 법령이 규정한 대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만큼 합병 추진 과정에서의 위법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압박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규합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연구실 과장은 “상장사들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는 대로 합병비율을 산출한다”며 “법원이 법대로 산정된 합병비율에 대해 문제를 삼은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 5)에서는 상장사끼리의 합병비율은 각사의 합병 결의 직전 최근 1개월 평균종가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토록 하고 있다.
엘리엇은 과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 2월 삼성물산 지분 4.95%를 매입한 뒤 삼성물산에 제일모직과의 합병계획이 있는지를 질의했고, 삼성물산은 “현재는 없다”고 답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시에는 합병 계획이 없었을 수 있다”며 “만약 계획이 있더라도 공시를 통해 모든 투자자에게 똑같이 알려야 할 사안인 만큼 특정 투자자에게만 먼저 얘기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IB업계는 엘리엇이 ‘주특기’인 소송 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엘리엇은 2003년 미국의 생활용품 업체인 P&G가 독일 헤어용품 전문기업인 웰라를 인수할 때 반기를 들어 1년여간 주총 표대결과 소송전을 벌인 끝에 자사의 주식 매각가격을 약 12% 끌어올렸다.
삼성물산도 주총을 앞두고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이 국내외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치훈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합병의 필요성과 배경을 설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 5.76%를 우호세력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은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는 엘리엇 측에 오히려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도원/주용석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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