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의 이번 합의는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전향적인 이행협약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파리총회는 교토의정서가 끝나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6개 당사국은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총회 이전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 독일 등 G7 정상의 합의는 그 자체로 강력한 국제적 압력이다. 대부분 나라의 기간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규제로 작동하게 된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도 파리총회에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제출할 때는 명분보다는 실리에 입각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소폭 낮추기로 했지만 그동안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공표했던 감축목표를 고수했다. 기업들의 피해가 컸고 나라 경제도 그만큼 손해를 봤다.
특히 파리총회에서 새로운 협약이 쉽게 합의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G7의 이번 합의도 에너지 수출국인 캐나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산업 피해를 우려하는 자국 언론의 질문에 “희망을 피력한 수준으로, 기술발전이 있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일 뿐”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탄소감축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210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줄이게 되면 기후변화에 따른 1조1000억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지만, 매년 세계적으로 40조달러씩 경제성장이 줄어들게 된다는 연구(리처드 톨 영국 서섹스대 교수)도 있다.
G7 정상의 이번 선언으로 새로운 탄소감축 글로벌 협상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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