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감기’를 이유로 대통령의 미국 방문까지 무작정 연기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의 판단이 유행독감 수준일 뿐인 사안을 핑계로 중차대한 한·미 정상회담을 미루라는, 유치원생 같은 발언이다. 여당에서조차 일부 동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지 않아도 과도한 공포감을 스스로 키워가는 말초적 히스테리가 걱정이던 참이었다. 정치권이 일부의 호들갑을 진정시키기는커녕 기름을 부어대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14~18일)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모색하는 미국 측 초청에 따른 것이다. ‘중동감기’ 때문에 연기한다고 우리 일정대로 다음주나 다음달에 다시 개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영을 잊은 채 온통 독감으로 떠들고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국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라는 주장이 말이 된다는 것인가.
독감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미 간에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다. 거듭된 북한의 무모한 핵도발이 잠수함발사(SLBM) 수준으로까지 진전된 상황에서 양국의 공조 등 한·미 동맹의 점검은 너무도 시급한 주제다. 더구나 김정은 체제가 어디로 튈지, 북에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도 예측불가다. 국제적인 ‘환율전쟁’에서 원화만 고립되고 있다는 문제는 더욱 그렇다. 지금 환율 문제는 경제현안 중의 현안이다. 원화의 고환율은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 간 외교전에서 한국이 완패한 결과다.
이 와중에 지난주 미 국무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과의 문제에서도 미국과 의견교환이 필요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 국제적인 기후변화논의 대응, 에너지와 사이버 공간의 협력 등 공조 의제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외교·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장래가 걸린 현안이 많다. 없는 정상회담도 만들어내야 할 형편이다. 메르스는 관계 장관이 전문가들과 냉철하게 과학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허구의 선동 보도에 덩달아 뛰는, 소위 ‘방미 연기론’에 흔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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