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형주 기자 ] 지난주 전북 지역의 한 일간지는 “‘골프장녀’, 우리 지역 와서 골프쳤다”는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자가 격리조치를 받은 서울의 50대 여성이 격리 지시를 무시하고 전북까지 와서 골프를 쳤다는 기사였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격리 대상자의 행동 하나에 얼마나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 8일에는 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해 자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의사가 아내와 함께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일 전북 순창에서 메르스 확진 여성을 진료한 의사는 5일 자가 격리 대상자로 통보받았지만 다음날 “메르스 관련 증상이 없으니 자가 격리를 해제해달라”는 말만 남긴 채 필리핀으로 떠났다가 하루 만인 7일 돌아왔다.
이 같은 논란의 이면에는 보건당국의 미숙한 행정 처리가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가 격리 대상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지난 7일 울릉도로 여행을 갔다 급히 대전의 자택으로 이송된 한 50대 ㈋봉?자신이 자가 격리 대상자였다는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그가 뭍으로 나온 건 1박2일간 울릉도 구석구석을 여행한 뒤였다.
메르스 환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관련 증상이 없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지난달 중국 출장 중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그는 당시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국내 의료진의 만류에도 “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출장을 강행했다. 홍콩에 입국할 때는 메르스 감염 환자(3번)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거짓신고까지 했다. 중국에서는 “메르스 옮기는 한국인은 추방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신중치 못한 행동이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빌미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메르스 관련) 조치를 취해도 국민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김우주 메르스민관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라는 지적을 흘려버려선 안 된다. 행정당국의 조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솔선수범하는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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