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병원·국가 상대 법적 책임 묻기 어려울 듯

입력 2015-06-09 21:07   수정 2015-06-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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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방법 없는데다 의사 등 고의·과실 증명 쉽지 않아

감염 환자 손해배상 가능할까



[ 김병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나 자가 격리된 사람은 병원이나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의료전문 변호사들의 견해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배상액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스 사망자의 유족이 병원이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우선 병원 등에 고의나 과실 책임이 있어야 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김연희 변호사는 “병원이나 의사에게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음을 알면서도 치료하지 않은 과실이 있어야 한다”며 “백신 등 치료 방법이 없는 데다 면역력이 약해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열 등 메르스 증상으로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알고도 다른 사람과 접촉해 수십~수백명의 감염자를 낸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내과 전문의 출신인 이동필 변호사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음을 알고도 함부로 기침을 했다는 등의 사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특정다수를 감염시켰다고 민형사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메르스는 불치병이 아니라 낫는 병이므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불편 등은 사회규범상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해도 배상액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손해 산정을 위해선 격리 기간에 직장이나 일터에 못 나간 부분에 대한 일실수익, 치료비, 위자료 등을 따진다. 만성통증 소송이 전문인 서상수 변호사는 “메르스가 사망 등에 방아쇠 역할을 했더라도 폐렴 등 기존에 앓던 병이 영향을 준 부분을 고려하면 책임 범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감염환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격리명령 등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병원 등이 고열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 대해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징역형이나 면허·자격 정지 등의 처벌을 받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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