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접촉자' 잇따라 뒷북 확진…막판 고비에 '감염 복병'으로

입력 2015-06-1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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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서만 10명…메르스 추가 확진 13명

3~4일 前 발병했는데 정부 허술한 관리로 격리 못해
여러 병원 거친 환자 많아 '제3 진원지' 등장 가능성도
40代 임신부 확진 판정…中 격리 한국인 4명 해제



[ 고은이 기자 ]
잠시 주춤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가 다시 늘었다.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10일(발표일 기준)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정부는 “대형병원 내원과 환자 병문안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번주가 메르스 확산과 진정을 가르는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숨어있던 환자들 ‘확진’

정부는 당초 지난 8일 정점(추가환자 23명)을 찍고 메르스 사태가 곧 누그러질 것을 예상했다.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의 평균 잠복기(6.5일)가 지나면서다. 실제로 9일 나온 추가 환자는 8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0일엔 13명으로 다시 환자가 증가했다. 이 중 10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왔다. 잠복기 막바지에 환자들이 쏟아진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발표한 추가 환자는 적어도 3~4일 전에 발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 중 상당수는 확진 판정을 받기 수일 전부터 이미 메르스 증상을 보였다. 이날 새로 확진된 105번 환자(63)는 지난달 31일부터 발열 증상이 있었다. 하지만 감기라고 생각해 동네 병원에 다니다가 8일에서야 격리됐다. 98번 환자(58)도 2일 첫 증상이 발현됐지만 의료기관 네 곳을 거친 끝에 9일에서야 메르스 환자로 분류됐다. 이들의 증상이 수일 전에 나타났음에도 정부 관리망에선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정부 “보건소에 먼저 신고하라”

‘숨은’ 환자들이 뒤늦게 나오면서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국민들을 상대로 “메르스 노출 병원을 특정 기간 내 이용한 사람들은 이상 증세가 나올 경우 임의로 병원에 가지 말고 반드시 보건소에 먼저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지금처럼 의심환자가 자유롭게 다른 병원을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는 ‘제3의 진원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환자가 발생한 병원은 9곳, 환자가 경유한 병원은 33곳이나 된다. 만약 ‘슈퍼전파자’가 또 다른 병원에 머무른 것이 발견된다면 그곳이 새로운 바이러스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슈퍼전파자의 위력은 이미 경험했다. 14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내에서 옮긴 사람이 49명이나 된다. 3차 전파 전염력이 2차 전파보다 약하다는 기존 가설이 무너지는 부분이다. 다만 14번 환자가 49명에게 醍?직접 전염시킨 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내 4차, 5차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16번 환자가 머물렀던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에서도 총 1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최 총리대행은 “일반 국민은 대형병원 대신 인근 안전병원을 이용하고, 병문안은 되도록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양성이냐 음성이냐를 두고 혼선을 일으켰던 40대 임신부는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환자로 확진됐다. 또 지난달 중국 출장 중 확진판정을 받은 한국인 K씨와 밀접 접촉한 탓에 현지에서 격리됐던 한국인 4명은 전부 격리해제됐다. 접촉 후 최장 잠복기인 14일 동안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아서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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