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지만 국내 증시는 무덤덤한 모습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하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반응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25bp(1bp=0.01%포인트) 낮춘 연 1.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하는 지난 3월 2.00%에서 1.75%로 0.25% 인하한 이후 3개월 만이며, 2009년 2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00%보다도 낮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금통위는 이번 인하 결정의 배경으로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내 소비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은 데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심리 타격이 더 커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통위의 예상과 달리 국내 증시는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에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 초반 2060선 중반까지 올랐지만 금리인하 발표 이후 오히려 상승폭을 축소해 오전 10시25분 현재 2050선 중반까지 내려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어느 정도 예상해왔기 때문에 '깜짝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마지막 통화정책일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상태"라며 "당장 다음주에 예정돼 있는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여파 등에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점차 다가오면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가 정책적인 노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 투자심리 자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데다 최근 코스피가 단기 과매도 국면에 있는 만큼 지수 하단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는 단기적 낙폭이 과대한 상태로 매도 세력이 더 강화되기보단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며 "그동안 관망세를 나타냈던 매수세력이 유입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신흥국들의 증시 부진과 함께 나타났던 코스피 하락이 단기 과매도 구간에 진입하면서 이번 추가 금리인하와 함께 매수 유인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리인하의 수혜주로 꼽혀왔던 증권 업종의 상승세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증권주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증권사 매매 실적에 유리하고, 채권 수익이 늘어나 실적 기대감이 발생해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이 연구원은 "이미 국고채 1년물과 3년물이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데다 시장의 상황마저 불확실하다"며 "시장금리 하락이 곧 증권사 매매 실적으로 연결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도식은 이번에는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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