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자사주 매각까지 딴지…가처분 인용되면 '백기사' 의결권 무력화

입력 2015-06-11 11:37   수정 2015-06-11 11:39

[ 이민하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불법이라며 가처분 신청 카드를 내놓았다. '백기사'인 KCC가 가지고 간 해당 지분의 의결권이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제한될지 주목된다.

엘리엇은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76%를 KCC에 매각키로 제안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인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가 합병결의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예고한 자사주 매각 가처분 신청은 인수·합병(M&A) 등 첨예한 표대결이 예상되는 주주총회에서 간간이 나오는 법적 방안이다. 주주명부에 등재돼 있고 의결권 행사에 이상이 없더라도 특정 지분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정 주주의 지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표대결 시 상대방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무효화 하는 빌미를 만들기 위해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KCC가 인수한 삼성물산 지분 5.76%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다음 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주주총회에서 해당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이 인정되면 삼성그룹 측의 삼성물산 우호 지분은 기존 13.99%에서 19.75%로 늘어난다.

한 국내증권사 연구원은 "엘리엇이 주장하고 있는 주주가치를 문제삼아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은 적법했다며 엘리엇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전날 이사회의 자사주 매각 결의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번 자사주 매각 결의는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효과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고,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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