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엔저의 끝'을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과 함께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엔저 그늘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전날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답변에서 "물가 수준을 반영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을 볼 때 엔화 가치가 상당히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실질실효환율이 여기까지 온 것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가 엔저를 공식 인정한 건 2013년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이는 일본 정부가 엔저 를 유도하던 정책에서 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엔화 약세와 관련해 "(일본의) 수출 기업에 플러스가 되는 반면 중소기업과 지방 경제, 소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 영향을 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의 전 자문인 이토 다카토시 전 일본 재무부 차관보도 지난 8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엔화 가치는 지난 40여 년간 평균치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더 내려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에 이어 구로다 총재까지 일본 통화정책과 관련한 주요 인사들이 엔저에 대한 경계감을 표명하자 추가 엔저는 어렵지 않겠냐는 인식이 시장에 번졌다. 이는 곧바로 원·엔 환율 반등으로 이어졌다.
구로다 총재의 깜짝 발언이 나온 전날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6일 이후 최저인 달러당 122.8엔대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0.70원 1108.20원에 마감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5일 100엔당 887원 수준까지 하락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904원까지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저가 심화될 가능성이 한풀 꺾임에 따라 그동안 엔저 트라우마에 발목 잡혔던 대형 수출주가 반등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서 지난 5월 22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기록한 업종은 운수·장비 업종으로 엔·달러 환율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자동차 산업이 포함된 업종이다.
하지만 이날 자동차주 주가는 모처럼 강세를 보이며 엔저 탈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 3인방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강세를 나타내 오후 2시5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4%씩 올랐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은 확대되던 원화와 엔화의 차이가 진정되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폭이 컸던 자동차 등 주력 수출업종의 반등 시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원·엔 환율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잦아든다는 것은 대형주의 회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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