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거래소 개편, 지주회사 전환 가능토록 해야

입력 2015-06-11 20:33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의 거래소
유연성·독립성이 개편 키워드
입법실패로 인한 개혁불발 막아야"

신인석 < 자본시장연구원장 >



거래소 구조개편이 뜨거운 쟁점이다. 일부 논자들은 거래소의 코스닥시장 운영 실패를 이유로 내세운다. 2005년 한국거래소로 통합된 뒤 보수적인 시장 운영으로 본연의 벤처투자자금 회수창구 역할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신규 상장 건수가 2000년대 초반 100개에서 중반 50여개, 최근 30개 내외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 증거로 제시된다.

필자는 거래소 구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코스닥시장 실패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사례다. 코스닥시장이 설립된 20세기 말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도 혁신기업 대상 신(新)시장을 설립했다. 21세기 초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자 영국을 제외한 유럽대륙의 신시장은 포말로 사라지거나 정체됐다. 코스닥은 투자자 보호와 벤처자금 조달 사이의 어려운 균형을 그런대로 맞추며 20년간 활성화돼 있는 예외적인 신시장이다.

신규 상장의 추세적인 하락은 어떻게 봐야 할까.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기업 성장성 하락이 가장 중鄂?요인이다. 저성장 기조 아래 상장을 원하는 유망기업의 수가 예전 같지 않다. 거래소 구조개혁이 필요한 근본 이유는 바로 이 경제의 환경 변화다. 경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으니 거래소도 구조적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하다.

구조개혁의 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나. 조직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에 둬야 한다.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혁신기업 주식시장을 꼽는다면 중국의 차이넥스트(ChiNext), 영국의 에임(AIM), 미국의 나스닥시장을 들 수 있다. 고도성장 경제인 중국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사례는 영국과 미국이다. 두 시장의 공통된 전략은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이 상징하듯 국제화다. 국제화로 시장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이를 통해 자국 기업에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IM의 경우에 주목되는 또 하나의 전략은 모험적인 규제 환경의 선택이다. AIM은 런던거래소가 운영하지만 공적 규제와는 무관한 완전한 자율규제시장이다. 기업에 규제비용이 가장 저렴한 시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 사례는 ‘국제화’와 ‘차별화된 시장 제공’이 거래소의 대응전략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전략을 추진하려면 거래소의 부문별 경영 독립성이 대폭 높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별도로 해외시장과 연계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사업기회 모색이 전체 거래소 조직의 명성과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자유로이 추진되고, 중단될 수도 있어야 한다.

사실 조직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 부문별 경영 독립성 제고는 생존환경 악화에 직면한 모든 기업이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택하는 방안이다. 선진국 유수 거래소에서 지난 20년간 지배구조 및 조직구조 개편이 경쟁적으로 진행된 이유다. 한국에서도 이미 몇 차례 논의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현시점의 거래소 구조개편은 만시지탄의 과제다.

구조개편의 구체적 방안으로 자회사 방식, 지주회사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두 방식 중 어느 하나가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선진국 거래소들의 예를 보면 지주회사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 특유의 문제에 봉착한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법 개정을 피할 이유는 없지만 요즘의 입법여건을 보면 구조개혁의 시작 자체가 또다시 불발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종의 자기결속 장치로써 자회사 분리를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법 개정안도 준비하는 방안을 주문하고 싶다. 일은 시작하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두자는 의미다.

신인석 < 자본시장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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