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벌써 뒷말 나오는 인터넷 은행

입력 2015-06-11 20:33  

조재길 증권부 기자 road@hankyung.com


[ 조재길 기자 ] 찰스슈워브, 다이와넥스트, 얼라이…. 해외의 선두권 인터넷 전문은행들이다. 2003년 설립된 찰스슈워브은행만 해도 총자산이 1000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대형사로 성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증권사 카드사 등 비(非)은행권이 설립했다는 점이다. 핀테크(금융+기술)와 접목해 기존 ‘굴뚝’ 은행권에 혁신 바람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은행을 놓고 논의가 활발하다. 당국이 이달 중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지침을 내놓기로 해서다. 전통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통신사 정보기술(IT)업체 등이 인터넷 은행 승인을 받기 위해 각축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런데 당초 큰 관심을 보였던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금융투자회사들은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정부의 의중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인터넷 은행을 도입하려면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가 필수인데 전통 은행에 먼저 인가를 내줘야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야당 공세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도 하다. W은행, I은행 등 정부 소유 지분이 많은 금똑말怜?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인터넷 은행은 고효율 온라인 영업과 차별화된 혁신적 서비스를 지향해야 하는데, 전통 은행의 인터넷 뱅킹과 별다를 게 없다면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터넷 은행 설립 자체에 반대하는 이는 별로 없다. 선진국 인터넷 은행은 확고한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중국 등 후발국도 치고 나갈 태세다. 텐센트는 올 1월 인터넷 은행인 ‘웨이중’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선 뒤늦게 시작한 인터넷 은행 도입 논의가 잔뜩 구설만 쏟아내고 있다. 지금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정작 인터넷 은행이 출범해도 뒷말이 나올 수 있다. 당국은 핀테크 혁신에 불을 지핀다는 인터넷 은행의 설립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재길 증권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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