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에 빠진 실리콘밸리 신생 벤처

입력 2015-06-11 21:03  

WSJ "총 거래액을 매출로 표시하는 등 기업가치 부풀려"


[ 임근호 기자 ] 지난해 3월 미국 빅데이터 솔루션 개발업체 호튼웍스의 롭 베어든 최고경영자(CEO)는 “연말까지 1억달러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기업공개(IPO) 때 드러난 실제 매출은 4605만달러에 불과했다. 영업손실은 매출보다 큰 1억7350만달러였다. 벤처캐피털들이 평가했던 기업가치 10억달러는 IPO 때 절반가량인 5억9220만달러로 줄었다. 회사 측은 뒤늦게 “1억달러는 실제 매출이 아닌 거래액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실체 없는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비(非)상장사에는 엄격한 회계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스타트업이 총매출, 관리매출, 예약매출과 같은 자체 기준으로 매출을 집계한다는 지적이다.

거래액을 매출처럼 포장하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흔한 매출 부풀리기 수법이라고 WSJ는 전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총매출 또는 예약매출이란 이름으로 매출을 집계한다. 차량 이용객이 우버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차량 운전사와 수익을 나눠갖는 우버는 이 중 20~25%만을 실제 매출로 가져가지만 우버는 총매출을 대외적인 투자유치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우버의 경우엔 총매출의 20~25%를 순매출로 가늠할 수 있지만 많은 스타트업은 이런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온라인 광고 거래 플랫폼을 개발한 루비콘프로젝트는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2010년부터 적극 홍보해왔다. 2011년 2억3900만달러, 2012년 3억3900만달러, 2013년엔 4억85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4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공개한 실제 매출은 2013년 기준 8400만달러에 그쳤다.

관심 주제별로 이용자를 연결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핀터레스트는 지난 3월 3억67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2018년까지 매출이 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WSJ는 “입수한 투자설명서 어디에도 매출이 뭘 말하는지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은 전통적인 회계 기준으론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재무적인 성과보다 이용자 증가 추이, 거래금액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꼽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IPO를 한 뒤 고평가 논란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2011년 37억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125억달러, 영업이익은 18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탄탄하게 성장하며 투자자들의 불신을 털어냈다.

하지만 신중론자들은 모든 스타트업이 페이스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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