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포즌 지음 / 차백만 옮김 / 김영사 / 388쪽 / 1만5000원
[ 송태형 기자 ] “경영진을 위한 분기 판매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 회계사가 있다. 경영진은 대략적인 수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늘 일일이 숫자를 맞추느라 보고서 작성에만 1주일을 허비하곤 했다. 그 때문에 상사는 그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길 꺼렸다. 분기 판매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1주일이 걸리는 그에게 중요한 피인수기업의 재무 분석을 맡겼다간 업무가 한도 끝도 없이 지체될 거라는 걱정이 앞서서였다.”
로버트 포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사진)가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원제 extreme productivity)》에서 소개한 실제 사례다. 조직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 엄청난 시간을 들이는 직원이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세부적인 것까지 완벽하게 하려는 꼼꼼한 업무 성향은 장점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생산력 관점에서 보면 이런 성향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조직의 요구 수준에 맞춰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포즌 교수는 “어떤 업무 ?B+ 학점 수준으로 높이려면 하루면 충분하지만, A학점 수준으로 올리려면 1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며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라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목표는 B+ 수준이면 종종 ‘충분’하다”고 말한다.
포즌 교수는 미국에서 업무생산력의 대가이자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2004~2010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뮤추얼펀드인 MFS투자운용 회장으로 일하는 동시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같은 기간에 상장회사인 메드트로닉과 닐슨, 의료재단 커먼웰스펀드, 하버드 뉴로디스커버리센터의 이사로 활동했고 세 권의 책을 썼으며 신문과 잡지 등에 100여편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런 그의 왕성한 개인생산력은 경제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인터뷰·기고 기사로 여러 차례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포즌 교수는 이 책에서 변호사 공무원 작가 법대교수 최고경영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담긴 기술과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습관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풀어놓았다.
△이메일 작성과 회신, 일정표 만들기, 목표의 우선순위 정하기, 멀티태스킹 기술 등 실용적인 업무 방법 △출장의 성과를 높이고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조직 내 능력 강화 기술 △업무 문서를 제대로 읽고 쓰고 프레젠테이션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 △부하 및 상사와의 관계를 적절히 조율하는 인간관계 茱?△진로와 직업에 대한 가치관, 일상 습관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는 방안 등 시간을 덜 들이고 성과를 더 낼 수 있는 생산력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상세하게 조언한다.
저자는 “생산력의 핵심은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면 완벽주의 성향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며, 때때로 불충분한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더 중요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회사나 고객, 동료들이 중시하는 것은 당신의 노력이 아닌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메일 관리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일단 응대하기로 결심한 요청 사항은 즉시 처리하는 것이다. 미루면 미룰수록, 예를 들어 한 시간, 하루 또는 1주일로 미루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일을 처리하는 시간도 두세 배 증가한다. 요청사항을 다시 파악해야 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를 고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요청사항이 들어있는 이메일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생산력 제고 기법은 대부분 조직의 문화와는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취업준비생부터 신입사원, 중간 간부, 최고경영자까지 적용할 만한 기법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조언의 범위도 넓다. 자신의 위치나 단계에 맞는 내용을 찾아 각 장 말미에 요약한 체크포인트만 읽어봐도 도움이 될 법하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생산력에 대한 접근방식은 당신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 쩝? 당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며 “다만 직급과 위치를 막론하고 모든 지식노동자는 투입한 시간보다 도출할 결과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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