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母와 함께 인도 간 美기업인
협상장에 노모 출현하자 당황
"부모 모신 사람은 신뢰할 만"
인도파트너, 계약서에 도장 찍어
K리그 축구팀 성남FC는 2014년 한국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올랐다. F조에 속한 성남은 5차전의 성적만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다만 마지막 경기를 위해 일본 오사카로 원정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경기를 하기도 전에 문제가 불거졌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장에 성남 선수 명단이 붙어있던 것. 아시아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출전 선수 명단은 경기 시작 90분 전에 매치 코디네이터의 사인을 받은 뒤 언론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 성남은 오사카에서 이 규정을 어기고 성남의 선수 명단을 미리 입수해 언론에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문제의 전말은 이러했다. 홈팀인 감바 오사카는 원정팀이 체류하는 동안 항공, 숙박 등 일체를 책임진다. 그래서 성남 입국자 명단을 확인한 것이다. 또 오사카는 관례상 기자회견장에서 원정팀의 선수 명단을 미디어에 공개해 왔다. 그런데 성남에서는 팀 사정상 딱 18인만이 원정경기에 나섰다. 오사카는 본의 아니게 출전 선수 명단을 미리 알게 됐을 뿐 아니라 규정을 어기고 이 명단을 언론에 공개해 버린 셈이다.
이 사건은 양측 모두에 과실이 있다고 보인다. 일본의 미디어 담당자가 놓친 것은 당시 일본에 입국한 성남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 가능한 선수 숫자와 같은 18명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입국 선수가 곧 출전 선수다. 이 사실을 생각했다면 입국자 명단을 공개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성남의 입장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상대팀의 관례에 대해 미리 알아뒀더라면 명단이 공개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문화의 차이가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협상에서는 이처럼 문화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예상치 않게 풀리기도 한다. 국제협상이 많아진 상황에서 기업 간 협상도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조건이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대방은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 노모의 70세 생일을 기념해 인도여행을 약속했다. 마침 사업상 인도 출장을 갈 일이 생겨 어머니와 같이 인도로 향했고 같은 호텔에 묵게 됐다. 다음날 호텔 로비에서 인도의 협상파트너와 만나 협상하는 도중이었다. 혼자 있기 심심했던 노모는 아들의 협상장에 나타나 아는 체를 했다. 미국인 사장은 얼굴이 벌게지고 안절부절못했다. 어머니 때문에 협상이 깨질까 걱정돼서다. 하지만 그건 미국인의 사고방식이다. 인도인 사업파트너는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사람이라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부모를 공경하는 동양식 사고를 받아들일 줄 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차이가 보인다. 다음 단계는 바로 그 차이를 乍珥?방법을 찾는 것이다. 스웨덴 기업 이케아가 독일 투자은행인 드레스너뱅크와 협상을 벌였다. 협상전문가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양사의 협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쉽게 타결됐다. 바로 양측 대표들이 입고 나온 복장 때문이었다. 이케아 대표들은 검은 정장을 입었고, 드레스너뱅크 측에서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임원들이 협상장으로 들어섰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한 복장으로 협상장에 나타난 것이다.
다른 문화의 상대와 협상한다면 먼저 나와 다르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라. 그리고 그 차이를 메울 배려를 생각하라. 아무리 어려운 협상도 화기애애하게 바꿀 수 있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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