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케이블카 허가 '0건'…대피소 '칼잠' 자야하는 산악관광

입력 2015-06-12 19:10  

이런 규제 없애라 - 재계가 꼽은 '10大 불합리 규제'

경제4단체·행자부 토론회
화학물 저장시설 높이 '6m 미만' 규제 풀어야
부처마다 '제각각'인 친환경인증제도 문제



[ 정인설 기자 ]
강원도 대관령 목장 주변에는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 없다. 식당, 카페를 비롯해 주요 편의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케이블카를 타고 관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기차로 한 시간, 자가용으로 세 시간 거리지만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다. 산악 주변을 유명 관광지로 만든 프랑스, 스위스와는 딴판이다. 10개 부처가 20여개 이상 법률로 산악지대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중첩규제 때문이다.

◆“부처마다 제각각인 규제 고쳐야”

행정자치부 주최로 12일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악관광 관련 규제를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6일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후속조치로 열렸다. 전경련 등 4개 경제단체는 혁신이 시급한 10개 규제를 꼽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경련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과 화학물질 관련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케이블카 산악열차 곤돌라 등의 설치규정이 까다로워 산악지역에 접근하는 것이 힘든 만큼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89년 덕유산 무주리조트 케이블카 이후 26년간 국내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 허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케이블카의 경우 설치도 힘들지만 왕복이용을 의무화한 채 다른 탐방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밀양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하루 평균 2500명이 이용했으나 왕복을 의무화한 이후 1200명으로 급감했다. 전경련은 산악지역에 숙박시설 설치가 불가능해 대피소 개념의 열악한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점, 식당이나 체험시설 설치가 힘든 점도 관광객을 밀어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전경련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규칙 개정도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완공된 건물이라도 유해화학물 실내 저장시설 높이를 6m 미만으로 하고 천장도 없애야 한다는 규정은 불필요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하반기에 유해화학물의 성질과 건축물의 형태에 맞춰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 부처별로 다른 인증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구에 포름알데히드 같은 오염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는 친환경인증 규제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20L짜리 스테인리스 용기에서 유해물질 방출량을 측정하는 ‘소형챔버법’을 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20㎥(2만L) 크기의 공간에서 실험하는 ‘대형챔버법’을 사용한다. 1회 시험 비용은 소형챔버법이 120만원, 대형챔버법이 500만원이다. 가구업체들은 소형챔버법과 대형챔버법 모두를 준비해야 하고 비용도 이중으로 내야 한다.

◆“과도한 기부채납 개선해달라”

대한상공회의소는 근거 법령 없이 지방자치단체 등이 임의로 정하는 입지 규제와 행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한 지자체는 다음달 중 근거 법 조항 없이 폐기물 처리업체 허가기준을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기로 했다. 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충전소 입지를 제한하는 조례를 마련하겠다는 지자체도 있었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일부 지자체가 건축물 건설을 결정하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처리 기한과 반복심의 횟수를 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근거 조항 없이 과도하게 기부채납 비율(20~40%)을 정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규제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주한외국상의는 이중과세를 대표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바바라 졸만 한독상의 사무총장은 “서울시가 서울 이외의 지역에 등록된 리스차량에 대해 과세권이 있다고 주장해 여러 업체가 추가로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 논쟁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이나 포장재를 재활용할 의무가 제품 생산자에게 있다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애프터서비스(AS) 부품에 적용하는 규제는 국제흐름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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