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등 수명만료 원전
계속운전 허가 여부에도 영향
핵연료 식히는데 최소 15년
2030년부터 본격 해체
폐로기술 확보가 관건
[ 심성미 기자 ]
정부가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를 결국 폐로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과 부산시,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후 원전 수명을 두 차례나 연장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수명 연장 불가’라는 선례를 남긴 만큼 앞으로 이어질 수명만료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체비용 6033억원
고리1호기는 수명이 만료되는 2017년 6월18일부터 운전이 정지되지만 본격적인 원전 해체는 2030년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연료를 냉각해 분리하고 해체 계획을 세우는 데만 5년 이상 걸리는 데다, 원전을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하는 데도 7~8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체까지 남은 15년간 해체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해체 관련 38개 분야의 기술 중 한국이 확보한 것은 17개”라며 “15년간 폐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부는 고리1호기 해체 비용을 총 6033억원으로 추산했다. 폐로에 따라 현재 고리1호기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고리1호기 근처 고리2~4호기나 신고리1~6호기로 옮겨 저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 작업은 2030년께 시작되지만 국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은 2051년에나 완성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선거 의식해 반대하는 정치권
정부가 고리1호기를 폐로하기로 한 것은 ‘노후 원전 수명을 두 차례나 연장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반대도 영향을 미쳤다. 야당은 일찌감치 재연장 반대 의견을 냈고, 부산지역구 여당 의원들 역시 내년 4월 총선거를 의식해 수명 연장에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전 폐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산업부가 줄곧 원전 폐로 여부의 기준이라고 얘기한 안전성과 경제성 대신 사실상 정치적 고려에 따라 폐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고, 2차 계속운전을 해도 1792억~2688억원이 이득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계는 수명이 다 돼도 상태가 좋으면 더 쓸 수 있다. 미국 원전 수명은 40년이지만 대부분 20년 연장 승인을 받아 60년씩 운전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시기상 폐로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해체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큰그림에선 원전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전에도 영향 미칠 듯
고리1호기의 전력 용량은 한국 전체 전력 설비의 0.5% 수준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이번 폐로 결정은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수명만료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10년 내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월성1호기, 고리2호기, 고리3호기 등 총 5기다.
특히 2022년 수명이 만료되는 월성1호기는 고리1호기와 마찬가지로 한 차례 수명 연장을 한 원전이어서 이번 폐로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여론에 밀려 폐로를 결정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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