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에, 나만의 꽃이 피다

입력 2015-06-13 18:05  

Life & Style
향수 개성시대…프리미엄 제품 인기

이탈리아 '산타 마리아 노벨라'
英 '조말론 런던' 등 女心 공략



[ 임현우 기자 ]
영국의 상류층이 애용하는 고가 향수 브랜드 ‘조말론 런던’이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한국 첫 부티크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촘촘하게 진열된 수십 종의 향수, 향초, 보디용품이 뿜어내는 은은한 향이 후각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선 스타일리스트가 개인별 맞춤 향을 추천해 주고, 매장 안 ‘테이스팅 바’에서 손 마사지도 해준다. 권태일 조말론런던 부장은 “런던의 슬론 스트리트에 있는 매장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고품격 부티크”라며 “현대인의 지친 몸과 마음을 향기로 충전해 준다는 콘셉트로 꾸몄다”고 소개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향수, 이른바 ‘프리미엄 향수’의 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향수시장에서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지식수준이 높아지면서 ‘구찌’ ‘버버리’ 등 단순히 유명 브랜드 이름을 딴 라이선스 향수의 인穗?시들해진 반면 독특한 향기와 제조법을 내세운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라이선스 향수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7%, 올 들어 5%로 주춤해졌지만 프리미엄 향수는 지난해 26%, 올해 54%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엄 향수는 한 병에 적게는 10만원대에서 많게는 50만원대를 넘나든다. 전문 조향사를 두고 꽃, 아보카도 오일, 송진 등 각종 천연 원료를 조합해 수제로 만드는 점이 특징이다. 합성향료를 쓰는 일반 향수에 비해 향이 풍부하고, 시간이 갈수록 매력적인 향을 풍기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입 화장품과 향수를 모아 판매하는 뷰티 편집매장 ‘라페르바’. 이곳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는 미국의 고급 향수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다. 대표 제품인 ‘시그니처 오 드 퍼퓸’은 전문 조향사 베르트랑 뒤샤푸가 루바브, 베티버, 레드 베리, 토마토 잎, 인동초 등을 배합해 만든 것이다. 한 병 가격이 29만원에 이르지만 나오미 캠벨, 리브 타일러, 제니퍼 로페즈 등 해외 유명 연예인이 즐겨 쓴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이 브랜드의 인기 제품인 여성 향수 ‘아쿠아 디 콜로니아 프리지아’ 역시 한 병 가격이 20만원을 웃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1200년대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직접 향수를 만들던 제조법에 뿌리를 둬 오랫동안 유럽 귀족들이 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브랜드 ‘딥티크’는 최근 서울 코엑스몰에 파리 생제르맹 매장의 인테리어를 재현한 국내 최초의 단독 매장을 열었다. 벽면에 장식된 400여개의 양초가 시선을 잡아끄는 이 매장에서는 30여종의 한국 독점 상품을 판매한다. 이탈리아의 고급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도 최근 세계 3대 향수 제조사로 손꼽히는 피미니시와 손잡고 59만원짜리 남성 향수 ‘브리오니 오드뚜왈렛’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고급 향수의 전성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향기를 자신을 표현하는 ‘정체성’의 하나로 인식하고, 비교적 적은 돈으로 큰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려는 소비자들이 후각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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