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영산강 등 4대강 보 설치로 가뭄 피해 줄여
수자원 활용 인프라 부족
여름 집중호우 물 넘치는데 댐 부족…그대로 흘려보내
소규모 댐 건설 늘려야
소양강 댐 1개 규모 더 지어야 물부족 해결
[ 강경민 기자 ]
국제사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1453㎥로, 세계 153개국 중 129위다. 이마저도 여름철에 집중되는 강우 특성상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많아 실제로 활용되는 수자원량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전 중단 위기 처한 소양강댐
물 부족 현상은 수자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다. 최근 30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4㎜로, 세계 평균 강수량의 1.6배에 달한다. 수자원총량은 연간 1297억㎥다.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강수량을 인구로 나눈 1인당 연 강수총량은 2660㎥로, 세계 평균치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강수량은 풍부하나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 인구 대비 수자원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7~8월에 연간 강수량의 70%가 집중되는 것도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주요 요인이다. 여름에 장마와 집중호우로 물이 넘쳐나지만, 이를 가둬놓을 댐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수자원량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의 하천 취수율(하천물을 각종 용도로 활용하는 비율)은 36%에 달한다. 가뭄으로 하천이 마를 경우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유엔은 하천 취수율이 40% 이상인 이라크 이집트 등은 ‘매우 심각한’ 물스트레스국으로 분류한다. 20~40%는 ‘심각한’ 물스트레스국으로 분류한다.
국내에 지어진 다목적댐은 20개로 총 저수량은 127억1400만㎥에 이른다. 하지만 전력 가동을 위한 용수를 제외하면 실제 용수 공급량은 연간 109억7400만㎥다. 국내 최대 규모인 소양강댐의 연간 용수 공급량은 12억㎥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14일 기준으로 소양강댐 수위는 152.7m로, 1974년 댐 준공 이후 1978년 6월(151.9m)에 이어 역대 최저치다. 저수율은 평년의 66%에 불과하다.
정부는 인근 화천댐과 춘천댐 등 전력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발전댐의 물을 급히 농업용수로 돌리는 비상대책을 지난 12일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낙차(150m)가 있어야 전력 가동을 할 수 있는 소양강댐은 이달 말까지 비가 추가로 내리지 않을 경우 역대 초유의 발전 중단 위기에 처한다.
지천별로 소규모 댐 갖춰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건설한 16개 보로 인해 7억2000만㎥의 수자원이 추가로 확보됐다. 물을 가두는 보(洑)와 강바닥 흙을 긁어낸 준설 공사,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이 저수량을 크게 늘렸다는 설명이다. 보 설치 후 하천 수위가 평균 1.7m가량 상승하면서 인근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취수장과 농업용수 양수장 등은 가뭄에도 불구하고 정상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는 4대강 유역에만 국한된다. 4대강 보로 혜택을 받는 농지는 전체 농지의 17%가량에 불과하다. 올 들어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도 강원, 경북 북부, 경기 북부 등 사업이 보류된 4대강 지천 지역이다.
정부는 2025년엔 4대강 지천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66개 시·군에서 하루 평균 382만㎥의 수돗물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으로 산정하면 13억9000만㎥의 물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소양강댐과 비슷한 규모의 댐을 최소한 한 개 이상 추가로 지어야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양강댐처럼 대규모 댐을 지을 수 있는 입지도 없는 데다 환경파괴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수공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하천별로 소규모 보 등 물을 저장해 놓을 수 있는 다목적 저류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천별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소규모 다목적 저류지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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