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도 응급상황에만 진행
기존 입원환자는 진료 계속
환자 원하면 他병원 이전 추진
주변 병원들 "받을 수 없다"
[ 이준혁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속출한 삼성서울병원이 14일 병원 부분 폐쇄 결정을 내렸다. 오는 24일까지 한시적으로 신규 환자 진료와 입원을 중단하고, 수술도 응급 상황에만 한다는 결정이다. 유탄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증질환자들에게 튀었다. 주변 의료기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옮기기를 원하는 중증환자를 거부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병원을 못 잡은 환자들이 일부 대형병원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 진료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미노 진료 거부 확산되나
삼성서울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는 하루 평균(1~5월 기준) 8397명에 달한다. 병원 내 56개 수술실에서 하루에만 평균 205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매일 230여명이 신규 환자로 입원한다. 메르스 환자 발생의 여파로 외래환자의 예약이 줄어들긴 했지만, 15일 예약 환자만 4000여명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 고위관계자는 “민간합동대응팀에서 메르스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판단할 때 응급실 운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분 폐쇄 결정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신규 외래와 입원, 응급실 환자를 일절 받지 않는다. 수술 역시 응급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중단한다. 다만 기존에 입원한 환자 진료는 그대로 하고, 진료가 예약된 환자는 별도 안내를 통해 예약 일정을 변경할 예정이다. 부분 폐쇄 기간은 24일까지로 잡았다. 137번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들의 잠복기를 감안한 것이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에 환자가 원한다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다른 대학병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는) 환자의 감염 여부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환자를 받을 수는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했던 환자는 진료하지 않는 게 최선의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다른 대학병원장은 아예 병원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지금 14번 환자에 이어 환자 이송요원까지 메르스에 감염돼 앞으로 감염 양상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병원 전체를 폐쇄하고 메르스 환자 진료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권의 한 병원장은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치료 중인 중증환자는 정부가 국공립병원을 지정해 신속하게 이송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병원 설립 후 첫 폐쇄
이번 부분 폐쇄로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고를 지향하는 일류 병원’이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대기업 최초 병원인 서울아산병원(1989년)보다 5년 늦게 출발했다. 현대의 아산병원이 무엇이든 ‘최대’를 추구했다면 삼성은 ‘최초’로 승부를 걸었다.
병원 이름으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택한 아산병원과 달리 삼성병원은 그룹명을 그대로 붙인 국내 첫 사례다. 개원 당시 간호사들에게 보라색 꽃무늬 의상을 입게 해 ‘하얀 의복=간호사’라는 고정관념을 깬 일화는 유명하다.
의료기술 향상과 함께 ‘병원도 서비스’라는 마인드를 국내 의료계에 최초로 심었다. ‘아산은 수술, 삼성은 서비스’란 초창기 평가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은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병원 관계자는 “확진환자의 절반가량이 우리 병원에서 나온 데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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