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산 땐 세계 벌처펀드들 한국 공격할 것"

입력 2015-06-14 21:43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국민연금 등 현명한 판단 필요…삼성도 주주 친화책 마련해야"



[ 조재길 기자 ] “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자본시장에 와서 분탕질 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이번 건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된다면 전 세계 벌처펀드가 한국을 공격할 겁니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의 분쟁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합병이 무산되거나 (삼성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면 삼성과 대한민국의 평판에 먹칠을 하고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지닌 취약성을 전 세계에 노출하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특히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연금으로서는 향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합병 발표 뒤 주가가 즉시 오른 것은 시장에서 합병을 반긴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선진화나 외국 주주의 요구 사항에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합병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느냐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굳이 반대편에 서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 회장은 ‘친정’인 삼성그룹에도 쓴소리를 했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에서 일했고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다. 그는 “그동안 삼성물산 주가가 방임 상태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의도적으로 신경을 안 쓴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을 지우고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놓아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의 공격에 대해서는 “상도의가 아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엘리엇의 의도는 단기, 중기인지는 모르나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헤지펀드가 (한국의) 글로벌 기업을 공격해서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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