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만?…파키스탄 '새 아시아 호랑이'로 주목

입력 2015-06-15 20:55  

무디스, 7년 만에 신용등급 상향

샤리프 총리 경제개혁 '약발'…4%대 성장·증시 급등
미·중·일 패권경쟁도 한몫…전력난·테러 등은 위험 요인



[ 김은정 기자 ] 파키스탄이 아시아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강력한 경제개혁을 바탕으로 성장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다 아시아지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 미국 일본 간 경쟁에 수혜를 입고 있어서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중국과 인도에 이은 새로운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파키스탄을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 장려 정책 효과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13일 파키스탄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Caa1에서 B3로 한 단계 올렸다.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무디스는 파키스탄 정부의 경제개혁 프로그램과 외환보유액 증가 등을 등급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꼽았다.

친기업 성향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사진)는 2013년 6월 취임 후 정치적인 안정을 꾀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경제개혁에 나섰다. 국유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정부 예산 감축과 에너지 부족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외국인 투자 장려 정책도 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2012년 3.8%, 2013년 3.7% 등 꾸준히 성장했고 작년에는 4.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2018년까지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제개혁에 가속도가 붙으면 그 이상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빠르게 늘었다. 2012년 8억2000만달러(약 9160억원)에서 작년에는 16억90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파키스탄 증시도 활황을 보이고 있다. 샤리프 총리 취임 이후 파키스탄 증시는 지난달 말까지 51.4% 상승했다.

파키스탄은 중국 미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주요국 간 경쟁에서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 성공한 중국은 아시아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파키스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국내총생산(GDP)은 2365억달러(2013년 기준)로 세계 45위에 그치고 있지만 약 2억명의 인구(세계 6위)를 갖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큰 데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AIIB 창립국 가운데 첫 방문지로 파키스탄을 택했다. 중국 신장자치구와 파키스탄 과다르항구를 잇는 3000㎞ 구간에 철도, 도로, 에너지 수송로 등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투자 합의도 했다. 투자액만 460억달러로, 중국 정부의 해외 단일 국가 투자액으론 역대 최대다.

중국의 행보에 맞서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 1100억달러어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이 최대 출자국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서다. ADB는 파키스탄에 60억달러를 할당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이 중국 주도의 다자간 경제·금융 협력 강화를 견제하면서 가장 수혜를 본 국가가 파키스탄”이라고 평가했다.

저유가로 재정적자 줄어

국제유가 하락도 파키스탄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파키스탄의 원유 도입 비용은 97억달러로 전년 대비 16%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저유가 덕분에 2년 전만 해도 GDP의 8%가 넘던 파키스탄의 재정적자 규모가 이달 말 5%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위험 요인도 아직 많다. 자산운용회사 티로프라이스는 “파키스탄은 성장 잠재력과 주식시장의 높은 유동성 등을 감안했을 때 투자 매력이 높은 국가”라면서도 “전력 부족과 부정부패, 비효율적인 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탈레반 무장세력과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간 종교 갈등에 의한 테러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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