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자본시장 '10년 역주행'

입력 2015-06-15 21:45  

기업, 증시 자금조달 '반토막'…증권사 IB 수익비중 겨우 1.9%


[ 하수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15일 오후 4시31분

지난해 국내 민간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주식·회사채 발행을 통해 신규 조달한 자금은 10조8000여억원. 2005년(25조5000여억원)의 42.3%에 그쳤다. 반면 은행 차입은 75조9000여억원으로 2005년(약 19조원)보다 세 배가량 불어났다. 같은 기간 증권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9%에서 4.1%로 추락했다. 한국 자본시장이 기업과 금융회사 간 선순환적 성장생태계 조성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2005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밑그림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 꿈은 누구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는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58개 증권사가 투자은행(IB)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전체의 1.9%에 그쳤다. 2005년(2.5%)보다도 낮아진 비중이다.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 인수합병(M&A) 등 각종 IB업무 자문과 인?수수료를 합쳐도 9280억여원에 불과했다.

‘IB의 꽃’이라 불리는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도 허울뿐이다. 대우 삼성 NH투자 한국투자 현대 등 5대 대형 증권사가 정부로부터 프라임브로커 인가를 받기 위해 확충한 자본금 3조5000여억원의 대부분은 채권 투자에 휩쓸려 들어갔다. 채권값 등락에 목을 매는 ‘천수답 경영’에 빠져 혁신을 외면한 증권사들의 책임이 무겁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규제 일변도로 다루는 금융당국과 국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 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던 한국 자본시장의 역주행,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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