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만 해도 ‘후광 효과’ 톡톡히 봤지만…
“3社 모두 금리 욕심 낸 게 패착”
이 기사는 06월11일(11:0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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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현대로템이 각각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 실패한 데 이어, 현대스틸산업도 500억원어치의 회사채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공통 원인은 ‘금리’였다.
현대스틸산업은 500억원 규모의 만기 5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하기 앞서 지난 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했다. 하지만 채권을 살 의사가 있다고 한 투자자는 2곳에 불과했고, 수요액도 30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현대스틸산업은 “채권의 금리를 연 2.71% 수준으로 잡아 발행일인 17일까지 투자자를 더 찾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 당일까지 팔리지 않은 채권은 발행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인수사인 HMC 塚憫超퓽?전부 떠안는다.
이에 앞서 지난달과 이달 초 현대위아와 현대로템도 각각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 예측을 벌였다 쓴 맛을 봤다. 안 팔린 채권이 각각 1000억원, 800억원어치에 달했다. 특히 현대위아의 만기 5년짜리 채권, 현대로템의 만기 7년짜리 채권은 사고 싶다는 투자자가 한 곳도 없었다. 현대위아와 현대로템은 신용등급이 각각 ‘AA0’와 ‘A+’로 우량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미달 사태’의 충격은 더 컸다.
이들 중 이번이 첫 채권 발행인 현대스틸산업을 뺀 나머지 2곳의 회사채는 올초까지만 해도 시장에 나올 때마다 불티나게 팔렸던 채권이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지난 1월과 2월 각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 예측에서 각각 4600억원, 42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현대차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랬던 채권이 불과 몇 달 만에 ‘아무도 사려 하지 않는’ 채권으로 추락한 건 ‘얄팍한 금리’ 때문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현대위아의 만기 5년짜리 채권과 현대로템의 만기 7년짜리 채권의 공모 금리(상단)는 각각 연 2.44%와 연 3.22%였다. 당시 만기 5년짜리 ‘AA-’ 회사채 금리 평균과 만기 7년짜리 ‘A+’ 회사채 금리 평균보다 각각 0.06%포인트, 0.22%포인트 낮은 수준이었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앞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세(채권 가격 하락세)를 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낮은 금리(높은 채권 가격)를 제시한 게 수요 예측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했다.
현대스틸산업도 똑같이 ‘금리 욕심’을 냈다. 회사채를 처음 발행하는 기업들은 통상 자기 등급 회사채 금리 평균보다 더 높은 금리를 내건다. 보수적인 채권 투자자들은 생소한 종목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고금리를 제시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대스틸산업은 이번 채권의 금리를 딱 자기 등급(A0) 회사채 금리 평균만큼만 주겠다고 했다. 그게 연 2.71%다.
이들이 연달아 회사채 수요 예측에 실패하는 사이, 기아자동차가 3500억원어치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투자금을 대거 끌어모으면서 구겨진 현대차그룹의 체면을 살렸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수요 예측에 모집액의 두 배에 가까운 6000억원을 모았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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