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전력예비율, 충분해야 한다

입력 2015-06-16 20:45   수정 2015-06-17 05:42

이창호 < 한국전기硏 선임연구위원·전력설비계획실무소위 위원장 >


최근 발표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적정 설비예비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설정한 설비예비율 22%가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과도한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설비예비력이란 발전기의 불시 고장 및 예측수요의 오차 등으로 인해 전력수급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전력수요를 초과해 보유하는 발전설비능력을 의미한다. 최대 전력수요에 비해 설비예비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설비예비율인데 예비율이 높으면 전력수급의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추가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비용은 상승하므로 설비예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은 국가별로 22~40% 수준의 최소 설비예비율 기준을 갖고 있으며, 유럽지역 47개국의 계통이 연계돼 있어 수급 불균형 시 이웃 국가에서 전력을 끌어올 수 있다. 미국은 설비예비율 기준을 15%로 설정하고는 있으나 전력 판매사업자에게 용량 확보의무를 부과하는 등 전력수급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미국의 방대한 계통규모 및 인접지역 간 송전망 연계를 고려하면 15%를 훨씬 웃도는 공玭쩜?확충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은 유럽이나 미국과 다르다. 한국은 주변국으로부터 분리된 일종의 ‘계통섬’으로, 위험을 주변국과 공유할 수 없으니 예비율을 다소 높게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계통섬을 이루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쿠시마 원전사건이라는 돌발 상황을 맞이한 일본은 사전에 39%에 이르는 예비율과 국민들의 강력한 절전운동 참여에 힘입어 대규모 정전사태 없이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소규모의 고립된 전력시장을 가진 한국에 전력예비율은 하나의 안전막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다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해서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외환위기를 통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력예비율 또한 마찬가지다. 전력시스템에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경제를 버텨줄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설비예비율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창호 < 한국전기硏 선임연구위원·전력설비계획실무소위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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