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강금실 전 장관이 '지구법'에 푹 빠진 까닭

입력 2015-06-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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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가 바이러스 창궐 불러
자연도 사람처럼 권리 주체로 봐야"



[ 양병훈 기자 ]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사진)과 지구법(earth jurisprudence).’

법무법인 원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하는 강 전 장관은 최근 지구법에 푹 빠졌다. 지구법은 ‘사람이 인권이 있는 것처럼 자연도 귄리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법학계 소수 학설이다. 모든 생명을 권리의 주체로 간주해 전체 법체계를 고치자는 생태학적 주장이 담겨 있다. 강 전 장관이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을 다니며 같이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과 만든 학술모임 ‘지구와 사람’ 및 사단법인 선(법무법인 원이 세운 공익법인)이 함께 지구법을 주최로 연중 강연회를 열고 있다. 강연회 개최 비용은 대부분 선이 부담한다.

강 전 장관은 이전에도 ‘생명의 정치’를 저술하는 등 생태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그는 “지난 30년간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면서 지구촌에 급속히 퍼진 신종 바이러스가 30종이 넘는다”며 “최근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30년 동안 무분별하게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라고 말했다.

학술모임과 선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 네 차례의 강연회를 기획했다. 원 관계자는 “지난 4월 첫 강연 때 50개의 좌석을 마련했는데 빈틈없이 차 서서 듣는 사람도 있었다”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듯 법철학에 관심 있는 변호사도 다수 참석했다”고 말했다.

원이 이런 ‘돈 안 되는 행사’를 할 수 있는 건 개혁적 성향의 법조인이 모여 원을 세웠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원 대표인 윤기원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을 지냈다. 선은 이 밖에 ‘사회적 경제 리더십 포럼’도 열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영리 추구가 아닌 인권 등을 위한 경제활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원 관계자는 “선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취지에도 맞는다”며 “사회적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홍승권 변호사는 “변호사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영리 추구가 갈수록 고도화되는 상황이라 이런 학술모임이 신선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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