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턱도 없다. 그렇게 자화자찬하고 있을 상황이 못 된다. 이번 부처들의 예산요구 내역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등 복지예산만 122조4000억원에 달해 전체 요구액의 31.3%나 된다. 복지 항목이 추가되지 않았는데도 기존 기초생활보장 급여, 4대 공적 연금 지출 등 의무지출이 증가하면서 복지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5.8%(6조7000억원)나 늘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올해 30.8%에서 내년엔 더 높아질 게 뻔하다. 복지 지출을 위해 다른 부문의 예산을 깎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막대한 불용예산이 발생한다. 2008~2012년엔 연평균 5조5000억원이던 것이 2013년 18조1000억원, 2014년 17조49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거액의 예산을 쓰지 않고도 나라살림에 문제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예산을 잘못 짰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처들은 일단 예산을 따내고 보자며 소요액을 부풀리거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끼워넣고 기재부는 헐렁하게 예산심사에 임했던 결과일 것이다.
재정위기에 대한 긴장감부터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세수결손액이 벌써 지난해 수준(10조9000억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3.8%)에 크게 못 미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판이다. 세수는 안 들어오는데, 수십조원의 예산불용액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예산불용 그 자체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쥐어짜면 더 줄일 수 있다. 정부 지출 거품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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