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불거진 이달 초부터 서울시 공무원들은 연일 야근과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밤 ‘깜짝 브리핑’을 한 뒤 서울시는 메르스 방역의 일선기관으로 떠올랐다. 시 공무원들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뿌듯하다”고 했다. 이들은 ‘중앙정부가 못하는 일을 서울시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했다. 서울시의 잇단 조치가 과도한 메르스 공포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여론은 우리 편”이라며 꿈쩍도 않는다.
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허술한 초동 대응으로 메르스가 이렇게 확산된 것 아니냐”며 “그나마 서울시가 나서면서 이 정도 수준에서 막고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4일 밤 브리핑 이후 정부와 서울시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사태 초반 환자 동선 등의 정보 공개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양측은 최근 불필요한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줬는지 여부다. 박 시장이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다음날 보건복지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에 대한 자체 조사를 놓고서는 ‘계급 갈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허술한 초동 대응으로 메르스를 확산시킨 데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박 시장의 말도 일리가 있다. 서울시의 선제적인 방역 대책에 여론이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잇단 행태를 보면 자부심이 자만감으로 변질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틀렸고 서울시는 옳다’는 생각이 박 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듯싶다. 이렇다 보니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독자 행동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의 불필요한 마찰은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서울시가 이제는 정부와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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