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보도로 장학금 전달
"탈북자로서 겪은 경험 잘 살려 한국·국제사회 큰 역할 해 달라"
[ 이미아 기자 ]
“가정형편이 어려워 영국 유학을 확정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주신 소중한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17일 사단법인 CEO지식나눔(상임대표 노기호)과 한국경제신문(사장 김기웅)으로부터 장학금 2700만원을 전달받은 탈북 청년 김성렬 씨(30)는 장학금 수여식이 열린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어린 시절 ‘꽃제비’로 헤매던 날들, 세 차례의 탈북 시도, 문맹자에서 유학생이 되기까지의 여러 순간이 김씨의 눈앞을 스쳐갔다.
이날 장학금 수여식은 본지 4월7일자 A33면에 김씨의 딱한 사정이 보도되고, 이 기사를 접한 CEO지식나눔 관계자들이 김씨를 돕기로 하면서 이뤄졌다. CEO지식나눔은 전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2010년 “사회에서 얻은 지식 자 遠?후배들에게 다시 돌려주자”는 취지로 만든 봉사단체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김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식량난 때문에 방랑하며 음식을 구걸하는 꽃제비로 살다가 1997년 3월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두 번 실패 끝에 첫 탈북 감행 7년 만인 2004년 9월 열아홉 살에 한국에 정착했다. 김씨는 “북한에 있던 시절 ‘여기서 굶어 죽느냐 떠나다 죽느냐’의 갈림길에 섰다가 떠나다 죽는 길을 택했다”며 “그 선택이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정고시 준비 1년3개월 만에 초·중·고교 과정을 끝내고, 2007년 한동대 경제지역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영어실력이 부족해 고민하다가 2009년 한 종교단체의 후원으로 미국 텍사스주에서 1년3개월간 어학연수를 받으며 영어실력을 키웠다. 올해 졸업한 뒤 영국 글래스고대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학비와 생활비 마련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씨는 “이번에 받은 장학금이 아니었다면 유학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시아 안보와 경제, 남북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2년간의 석사과정을 마치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기호 CEO지식나눔 상임대표는 “김씨가 영국에서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한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통일시대에 대비해 한국과 국제사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우리 신문 기사를 통해 김씨에게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탈북자의 성공 모델이 돼 많은 탈북자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특히 “올가을 창단하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탈북민을 포함해 음악 연주회를 접하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뜻깊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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