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세계 최대 식품회사 네슬레가 아프리카 사업을 축소한다. 아프리카 중산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과장됐다는 이유에서다.
코넬 크루메나처 네슬레 아프리카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가 ‘제2의 아시아’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아프리카에 중산층이 매우 드물고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네슬레는 지난 10년간 약 10억달러를 아프리카에 투자했다. 증산층이 늘어나며 커피와 우유, 스낵 등 먹거리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도 2011년 아프리카 대륙의 중산층이 3억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작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더드은행이 새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아프리카 11개국의 중산층은 1500만명에 불과했다. 네슬레 아프리카가 지역본부를 둔 케냐도 전체 인구 4400만명 가운데 중산층은 80만가구에 그쳤다.
네슬레는 아프리카 21개국에 걸쳐 인력의 15%를 줄일 계획이다. 이미 르완다와 우간다 사무실은 문을 닫았다. 9월 전에 창고 15개를 폐쇄할 예정이다. 판매 제품 수는 절반으로 줄이고 애완견 사료나 캡슐 커피, 아침식사용 시리얼 대신 분말 우유, 가루 수프 등 저렴한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크루메나처 CEO는 “지금은 매달 임금과 비용을 지급할 돈도 충분치 않다”며 “내년에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올해 4.5%, 내년엔 5.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냐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9%에 달한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과실은 아직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인구 약 400만명 중 3분의 2는 아직 슬럼가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카콜라와 캐드베리(영국 초콜릿 제조사), 에버레디(미국 건전지 제조사)도 최근 케냐에서 인력과 공장 규모를 축소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