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태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 김인선 기자 ]
서울 미근동에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회의실에는 대형 세계지도가 붙어 있다. 오대양 육대주가 소묘로 표현된 모습이 한 폭의 추상화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지평 사무실에서 만난 양영태 대표변호사(52·사법연수원 24기·사진)는 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재 8개인 지평 해외사무소를 언젠가는 세계 곳곳에 설치하는 날이 올 거예요. 후배 변호사들이 시장 개척을 위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힘껏 지지해줄 생각입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구상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지평은 국내 로펌 중 가장 많은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다. 2007년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베트남 호찌민(2007년 개소)과 하노이(2009년), 캄보디아 프놈펜(2009년), 라오스 비엔티안(200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2012년), 미얀마 양곤(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2015년)에 사무소가 있다.
양 대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맞춰 현장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생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평의 해외사무소는 국내 기업의 진출이 많은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설치됐다. 해외 진출 전 그는 원칙을 하나 정했다. 양 대표는 “사무실, 인건비, 주거비 등 초기 정착비용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바로 흑자를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2년 안에 흑자가 나지 않으면 접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현재까지 지평의 모든 해외사무소가 흑자를 내고 있다.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인재와 노하우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사내에서 밀려난 사람이 아니라 손꼽히는 우수한 변호사들을 해외에 파견했다”며 “후배 변호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전문성을 쌓고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가 베트남 시장에 눈을 돌려보자고 했을 때 반대했던 후배들이 이제는 너도나도 해외지사에 나가겠다고 손을 들고 있다고 한다.
그는 두 번째로 ‘노하우’를 강조했다. 양 대표는 “2013년 미얀마에 사무소를 열고 3년간 250여건을 수임할 만큼 노하우가 축적됐다”며 “한번 입소문이 나니 지평을 찾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선순환 구조로 바뀌더라”고 강조했다. 250여건 중 50건은 일본 기업으로부터 수임한 사건이다. 그는 해외 진출에 한번 성공하니 그 다음은 더 쉬웠다고 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러시아 사무소의 경우 그간 쌓은 노하우 덕분에 사무소를 열기도 전에 큰 프로젝트를 수임해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지평의 다음 타깃은 어디일까. 그는 “앞으로 국내 의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중동 두바이에 사무소를 준비 중”이라며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시장도 개척하기 위해 차근차근 후배 변호사들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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