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FIRM, 세계를 무대로 영토 넓힌다] 동인, 세계최대 로펌과 합병 추진…바른, 美 동포 한국투자 자문

입력 2015-06-18 07:00  

소송 중심 로펌도 해외로

법무법인 동인
다청-덴튼스와 업무제휴…동일 브랜드 쓰며 회계는 독립
"시장 개방 앞두고 경쟁력 강화"

법무법인 바른
美 LA지역 변호사 대상 세미나…재외동포 한국재산 관리 문제 등
글로벌 법률 네트워크 구축 나서



[ 김병일 기자 ] 법무법인 동인


국내 10위권 로펌인 법무법인 동인이 세계에서 변호사 수가 가장 많은 로펌 다청-덴튼스와 합병 등 적극적인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관련 비즈니스에서 동인의 역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검찰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전형적인 송무 중심 로펌이 중국 기업과 제휴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는 뭘까. 이철 대표는 “한·중 간 경제교류의 확대로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때마침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법률시장 개방도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로펌과의 제휴로 동인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로펌의 성장배경이 비슷한 데다 다청의 잇단 합병성공 경험이 동인으로 하여금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한 또 다른 이유다. 다청은 1992년 설립 당시 20여명으로 출발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중국 최대 로펌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등록 변호사 숫자가 3300명이며, 전국 43개에 분사무소(해외 8개 분사무소 포함)를 두고 있다. 송무 중심이며 중국 국내업무에 치중하고 있었던 점 등이 동인의 성장과정과 흡사하다. 다청이라는 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되 회계는 독립하는 다청식 합병방식에 각 지방의 경쟁력 있는 로펌들이 속속 합병을 희망했다. 다청은 올초에는 3년간의 협상 끝에 스위스 제네바에 본점을 둔 영미로펌 덴튼스와도 합병해 세계 50여개국에 120개 지사를 보유(6500여명)한 세계 최대 로펌이 됐다.

다청 덴튼스 간 합병에는 스위스 민법상의 베레인(verein) 구조가 적용됐다. 베레인 구조는 개별 로펌들이 법률적으로 독립돼 있으며, 수익과 보상에 대한 계산도 따로며, 각자 수행한 업무에 대해 제한적으로 책임지는 유한회사 형태다. 중국에서는 다청으로, 중국 밖에서는 덴튼스로 명칭을 쓰되 로고는 다청 덴튼스로 표기한다. 공동의 브랜드와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글로벌 톱 20개 로펌 중 베이커앤드매켄지, DLA파이퍼, 풀브라이트 등 7개가 이런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동인의 이 같은 해외진출 방식은 그동안 국내 로펌들의 시행착오가 반면교사가 됐다. 해외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가족까지 함께 진출하는 기존 방식은 고비용 구조여서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

동인-다청 간 업무제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 데는 다청 법률사무소에 고문으로 있던 동인 소속 김기열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수십년간 중국에서 활동한 ‘중국통’ 김종길 변호사가 다른 로펌에서 최근 스카우트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양측은 상호 방문을 통해 상대방의 계획과 의지를 확인하는 등 차근차근 합병을 향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작년 11월 다청의 본점이 있는 베이징 사무소 15명의 형사팀 변호사가 동인을 방문했다. 이에 대한 답방으로 지난달 22일 이철 대표가 베이징 사무소를 방문했다.

법조계는 이번 합병모색이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코앞에 둔 국내 법률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로펌이 합병의 물꼬를 튼 만큼 운신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 로펌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휴방식이 속출할 것이란 관측이다.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바른 소속 김상훈, 김도형 변호사가 미국 시민권자의 한국 내 재산 상속 및 이혼, 한국에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분쟁과 처리 방법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번 세미나는 자산관리컨설팅그룹(PAG)이라는 회사가 LA 지역 변호사·회계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연례 콘퍼런스의 주요 섹션이었으며, 참석한 60여명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세미나 현장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온 분야는 재외동포의 한국 재산 관리였다. 북미 지역은 2013년 통계청 기준으로 230만명 이상의 재외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중에는 뼈寬?배우자, 부모, 자녀가 한국에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속과 이혼으로 재산분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복잡한 법률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선전과 중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한국 기업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현지 변호사들은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그동안 제한적인 자문만 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의 국제재판 관할, 준거법 및 판결 집행, 상속법 차이와 세금 제도 등을 파악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바른 측 설명이다.

김도형 변호사는 “미국 시민권자에게 한국법, 미국법 중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당사자에게 미치는 법률 효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재판관할권 및 준거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 법률 전문가를 통해 법률 분쟁 요소들을 사전에 점검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른은 이처럼 한국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미국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국내 법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작은 세계에서 법률시장이 가장 큰 미국이다.

재외동포가 많이 거주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인 LA를 중심으로 현지 변호사들과 양국 간 법률시장 흐름 등을 공유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김상훈 변호사는 “이번 LA 세미나를 성황리에 잘 마친 것처럼 미국 현지에서 한국 법률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세미?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해외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일 바른 대표는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로펌들이 각각 내년과 2017년 국내에 진출하면 한국 로펌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며 “하지만 그동안 법률시장 개방에 맞춰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며 경쟁력을 쌓아온 로펌들은 오히려 이를 해외 진출 또는 외국 의뢰인이나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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