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서스만 지음 / 김승진 옮김 / 윌북 / 300쪽 / 2만5000원
[ 고재연 기자 ] 지구상에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명체의 생존 비법은 무엇일까. 남극 너도밤나무(6000~1만2000살)는 더 적합한 기후를 찾아 한 뿌리 한 뿌리씩 이동한다. 브리슬콘 파인(5068살)은 제한된 영양분으로 살아가기 위해 불필요한 시스템은 스스로 닫아버린다. 사막에 사는 웰위치아(2000살)는 수분을 아끼기 위해 평생 딱 두 잎만 키운다. 파머참나무(1만3000살)는 나무라고 알아보기 힘든 형태로 존재해 인간의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덕분에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사진작가 레이첼 서스만은 지난 10년간 생물학자들과 협업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찾아다녔다. 남극부터 그린란드, 모하비 사막에서 호주 아웃백까지 지구 곳곳을 누볐다.
대상의 조건을 기원전 태어난 생물로 정하니 최소 2000살 이상인 초고령 나무와 균류, 지의류, 뇌산호 등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서스만은 《위대한 생존》에 그렇게 발견한 고령 생명체 30종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과 에세이로 담았다.
위대한 생존에는 일련의 공통점이 있다. 나무들은 홀로 성장하기보다는 환경과의 공존으로 진화해갈 것, 먼 미래를 위해서라면 작은 희생을 몸으로 감내할 것, 양분과 수분이 부족하다면 움직임을 최소화할 것 등 생존의 지혜를 말없이 웅변한다. 예술과 생물학을 적절히 결합한 글과 고령의 생명체들에 대한 생생한 사진 속에서 경외감이 느껴진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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