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시아 무사비 대표 "제약·바이오산업 잠재력 큰 한국, GE헬스케어 글로벌 생산기지 될 것"

입력 2015-06-18 21:13  

시아 무사비 GE헬스케어코리아 대표

"가장 한국적인 서울 北村에 정착
외국인 많은 곳 되도록 안가요"



[ 조미현/이준혁 기자 ] 시아 무사비 GE헬스케어코리아 대표가 저녁을 초대한 곳은 서울 을지로 삼풍상가 옆 허름한 순댓국밥집이었다. 2006년 리모델링을 하고 묵은 때를 벗겨낸 바로 옆 삼풍상가와 달리 순댓국밥집은 19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산수갑산’이라고 쓰인 간판 위에 까맣게 쌓인 때가 지난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단골이 아니면 쉽게 찾기 어려울 법한 식당이었다.

무사비 대표는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순댓국밥집”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국밥 한 그릇에 소주잔을 주고받는 중장년의 한국인들 사이에서 외국인인 무사비 대표가 자연스럽게 국밥과 순대모둠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본사가 있는 서울 청담동에서 순댓국밥을 처음 먹고 호기심을 느껴 맛집을 찾아다녔다”며 “동네(서울 가회동) 주민이 추천해줘서 찾은 식당”이라고 말했다.

한옥에 매료된 외국인 CEO

무사비 대Ⅴ?1997년부터 18년 동안 GE헬스케어에 몸담고 있다. GE헬스케어는 초음파,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등 영상진단의료기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글로벌 헬스케어업체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20여개국을 돌아다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나라들이다. 그가 한국에 온 건 지난해 3월이다.

무사비 대표는 한국에 오기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GE헬스케어 중앙아시아 대표로 일했다. 한국으로 발령받고 터키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들에게 ‘살기 좋은 곳’을 추천받았다. 그렇게 고른 동네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북촌이다. 한옥마을로 이름난 북촌은 서울 가회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계동, 인사동, 사간동을 말한다. 그는 두 달이나 걸려 가회동의 오래된 집을 구했다. 지붕이 기와로 돼 있는 개량 한옥이다. 무사비 대표는 “북촌 집이 인기가 많아 물건이 별로 없어 오랫동안 호텔에서 지냈다”며 “빌딩 숲으로 이뤄진 강남보다 낡고 오래된 북촌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북촌이 진짜 한국(real Korea)”이라고 했다.

무사비 대표가 북촌을 예찬하는 동안 기본 반찬이 나왔다. 무를 큼직하게 썰어 만든 섞박지, 김치, 마늘종 고추장 무침 등이 입맛을 돋웠다. 순대모둠이 상에 올랐다. 간, 새끼보, 오소리감투, 머리고기 등 돼지 부속 부위와 순대가 접시 한가득 담겼다. 도톰한 대창에 찹쌀과 선지를 넣은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쫀득하고 茨老杉? 무사비 대표는 젓가락으로 순대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는 “이곳 순대는 인공적인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꾸미·생선구이 등 맛집 골목 잘 알아

무사비 대표는 아내와 13세, 11세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주꾸미 골목과 종로구 종로5가 생선구이 골목은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무사비 대표는 “되도록 외국인이 많은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주꾸미 골목과 생선구이 골목에는 맛집이 많다”고 추천했다. 서울 혜화동도 무사비 대표가 좋아하는 자전거 코스다. 대학로부터 경복궁까지 이르는 길이 운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산수갑산의 대표 음식인 순댓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이 담긴 그릇을 본 무사비 대표는 “양념장이 빠진 것 같다”고 식당 종업원에게 말했다. 종업원이 국밥 속에 있다고 하자 그가 숟가락으로 국밥을 저었다. 양념장이 국물에 빨갛게 풀어졌다. 무사비 대표는 멋쩍게 웃으며 “양념장을 넣어 먹어야 맛이 좋다”고 했다.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돼지 뼈를 푹 고아 만든 국물은 잡냄새 없이 담백했다. 국밥에 담긴 순대와 머리고기도 넉넉했다.

“한국 의사들은 완벽주의자”

무사비 대표는 그동안 다양한 나라의 의사들을 만났다. 지난 1년여 동안 만난 한국 의사에 대한 인상은 어떨까. “한국 의사들은 완벽주의자입니다. 현상을 유지하기보다 상황을 개선하려고 끝없이 노력하죠. 지방간 비율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MRI인 ‘아이디얼 아이큐’를 개발할 때 한국 의사들도 임상에 참여했습니다. 한국 의료진은 의술뿐 아니라 영어 구사 수준도 높습니다. 아시아 의사들에게 의료 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최근 식도가 아파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의 병원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무사비 대표는 “진료를 받고 약이 나올 때까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접수창구 직원부터 의사들까지 친절해서 기분 좋게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향인 캐나다보다 진료 과정이 신속해서 놀랐다고 했다.

대화가 1시간30분 정도 이어지자 그는 허리가 불편한지 벽에 등을 기댔다. 무사비 대표는 “술을 마시지 않고 이렇게 오래 앉아있기가 쉽지 않다”며 웃었다. 막걸리를 주문했다. 양은그릇에 막걸리를 따라주고 건배를 청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은 전략시장이자 핵심 생산기지”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켜자 자연스레 한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GE헬스케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이 됐습니다. 한국은 인구 10만명 중 50명이 유방암에 걸립니다. 인구 10만명 중 35명이 간虛??앓고 있고요. 치매,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을 겪는 환자도 60만명이나 됩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나라 중 한 곳입니다. GE헬스케어가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으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해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사비 대표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전략적 시장일 뿐 아니라 핵심적인 생산기지”라고 강조했다. GE헬스케어는 1984년 경기 성남시에 한국GE초음파를 설립하고 초음파장비 생산기지와 연구소를 세웠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초음파 장비는 전 세계로 수출된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기업이 한국GE초음파다. 한국GE초음파는 GE헬스케어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초음파 장비의 3분의 1을 만들고 있다. 국내 100여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한국GE초음파의 협력사다.

무사비 대표는 “한국 직원들은 목표를 설정하면 반드시 이루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가 한국 직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위주의적인 문화는 낯설다고 했다. “한번은 고객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가졌어요. 함께 간 직원이 고객보다 저를 챙기는 모습에 의아했습니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하자고 생각했죠. 더 편한 상사가 되자고요.” 그는 자유로운 사고와 태도가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고 믿고 있다.

“바이오산업 발전가능성 높아”

무사비 대표는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산업의 잠재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서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하는 신약개발 분傷【??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개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한국 정부가 2020년 7대 제약강국을 목표로 하는 등 전략적인 지원을 한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의 의료기기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대부분 국내 업체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선두권인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도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메디슨의 지난해 매출은 2847억원. 전 세계를 무대로 180억달러(약 20조원)의 판매액을 올린 GE헬스케어와 비교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 무사비 대표는 “삼성메디슨은 강점이 있는 초음파 영상 진단장비 등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분야에서 영상진단 의료기기 솔루션을 갖춘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을 단순 비교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했다.

무사비 대표의 임기는 따로 없다. GE헬스케어는 각 나라의 현지법인 대표에 대해서는 임기를 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고객이 우리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게 GE헬스케어의 이념”이라며 “고객인 의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무사비 대표의 단골집 산수㈊?/span>
인심만큼 푸짐한 순댓국밥…술안주로 순대모둠 인기

산수갑산은 서울 중구 인현동 을지로3가역 근처에 있는 순대 전문점이다. 푸짐한 양의 순대와 순댓국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1989년 영업을 시작했으며 중장년층에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맛집으로 알려져 젊은 손님도 많이 찾는다.

순댓국밥, 순대정식, 순대모둠 등이 대표 메뉴다. 식사로는 순댓국밥(보통 6000원·특 6500원)이나 순대정식(8000원)을 시키면 된다. 순대정식은 순대가 접시에 따로 나온다.

술안주로는 순대모둠(1만4000원)을 많이 먹는다. 대창순대, 소창순대, 머리고기, 염통, 간, 돈설, 오소리감투까지 다양한 돼지 부속 부위를 맛볼 수 있다. 포장도 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쉰다. (02)2275-6654

GE헬스케어는 영상진단기기선두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의 헬스케어사업부로 영국에 본사가 있다. 영상진단기기와 의료 소프트웨어, 진단 의약품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180억달러(약 20조원). 전 세계에 직원 4만6000명이 근무한다. 매년 10억달러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경기 성남에 GE 최대의 초음파기기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는 GE헬스케어코리아에는 6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조미현/이준혁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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