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은 기자 ]
배두호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 차장은 2012년 여름 경영진으로부터 신제품 개발 지시를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 사용자들이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찌든 때까지 제거해 주는 똑똑한 세탁기를 생산하라는 주문이었다.
배 차장은 우선 팀부터 구성했다. 김창식 세탁기모듈러개발팀 주임, 장희경 세탁기상품기획팀 대리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다.
팀 이름은 ‘사피엔스’로 정했다. 현생 인류를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처럼 세탁기 중에서도 가장 진화된, 똑똑한 세탁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사피엔스팀은 한국뿐 아니라 태국 브라질 등 여러 국가 소비자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조사했다. 배 차장은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빨랫감을 한 번 더 삶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이런 고민을 하지 않도록 스팀 기능을 탑재하자고 결론냈다”고 회고했다. 김 주임은 “스팀 기능을 쓰면 살균은 기본이고 세탁 성능도 크게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지난달 나온 프리미엄 전자동세탁기 ?‘블랙라벨’. 블랙라벨은 60도 이상 가열시킨 물과 스팀을 이용해 빨랫감에 묻은 얼룩뿐 아니라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까지 99.99% 제거한다.
고민도 있었다. 세탁통이 위아래로 회전하는 드럼세탁기와 달리 좌우로 회전하는 전자동세탁기에선 옷감이 한데 뭉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스팀 기능을 적용할 경우 손상되거나 골고루 살균되지 않을 우려가 컸다.
사피엔스팀은 네 차례 이상 모크업(실물 크기 모형)을 제작하며 실험을 거듭했다. 김 주임은 “세탁판과 세탁통을 반대로 회전하는 방식을 적용해 옷감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골고루 스팀을 쐴 수 있도록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장 대리는 “스팀 기능에 이어 더 편리하게 사용할 방법을 계속 고민 중”이라며 “사용자들이 마음 놓고 빨래를 맡길 세탁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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