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 324쪽 / 1만5000원
2009년 4월 어느날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과 부사장 등 최고위급 경영자들이 용인 연수원에 모였다. 당시 국내외 경제상황은 좋지 않았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였다. 삼성전자도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들의 강의장 책상 앞에는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본 위기극복 방안’이란 제목과 ‘신지행33훈’이란 부제가 달린 교육자료가 놓여있었다.
산업담당 기자로 삼성의 성장 과정을 취재했던 저자는 《지행33훈》에서 “삼성의 성장 동력은 이건희이며, 그 경영철학의 요체는 지행33훈에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이 말한 내용에 기초해 그의 철학과 이를 정립해간 과정을 추적한다.
지행33훈은 1993년 ‘신경영선언’ 당시 이 회장이 했던 말을 기초로, 그의 경영철학을 33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지행은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의 줄임말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 꼽은 5가지 능력을 말한다. 알고(知) 행하고(行) 사람을 쓰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하는(評) 것이다. 이를 재정리해서 신지행33훈이라 불렀다.
지행33훈은 경영자, 사업전략, 경영인프라, 인사조직, 연구개발, 제조생산, 마케팅, 글로벌, 기업문화의 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자 항목은 위기의식, 미래 통찰, 변화 선도의 세 가지를 중시한다. 이 회장은 “위기의식을 온몸으로 느끼고, 남보다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맨 앞에서 변화를 이끄는 것이 경영자”라고 정의한다.
사업전략과 경영인프라 항목의 핵심은 ‘업(業)의 개념’이다. 이 회장이 처음 사용한 이 말은 삼성뿐 아니라 이제 여러 기업에서 흔히 쓰인다. 업의 본질을 알면 성패의 관건이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기업이다. 연구개발 항목에서는 이 회장이 가진 엔지니어적 기질로부터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된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케팅 편에서는 미국시장 개척 사례를 담았다. “마케팅은 철학과 문화를 파는 것”이라는 이 회장의 말은 지금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기업문화 편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TV사업부의 사례를 통해 삼성의 기업문화를 살폈다. “실패와 창조는 물과 물고기 같아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창조는 살 수 없다”는 이 회장의 말이 눈에 띈다.
그는 2009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있었다. 공백기에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했고, 삼성은 위기 극복의 무기로 이 회장의 경영철학을 들고 나왔다. 연수원 교육 후 몇 달이 지난 그해 하반기에 세계 전자업계의 화제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위기를 뚫고 2분기,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삼성의 실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 기술을 구하러 다녔던 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비교됐다. 일본 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추락의 쓴맛을 봤다. 일본 언론들은 그 원인을 찾아 나섰고, 이들이 밝혀낸 한·일 전자기업의 차이는 이 회장의 존재였다.
2007년 9월 이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국민 모두가 삼성 하면 ‘국민 기업이고, 우리 기업이다’라는 인식이 마음에 스며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삼성이 신뢰받는 존재, 필요한 존재에서 존경받는 존재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인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국민의 오해를 푸는 것은 삼성의 몫”이라며 “이 책이 한국 사회와 삼성이 인식의 간극을 좁혀가는 데 미미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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