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스타트업·벤처시장에서 헬스케어가 부상하고 있다

입력 2015-06-19 07:00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헬스케어부문에 대한 투자는 총 90억달러다. 2013년에 비해 투자금액 기준 30% 증가했다. 또 2014년 미국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총 304개 기업 중 115개가 헬스케어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의 54개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올 1분기에만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39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는 최고치였던 2014년 2분기의 34억달러를 뛰어넘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불어온 헬스케어 투자붐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창업지원 및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술금융 활성화 등 정책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바이오나 헬스케어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향도 크다.

최근 투자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는 디지털헬스다. 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전문업체)인 록 헬스(Rock Health)에 따르면 2011년 9억달러였던 디지털헬스 분야 자금조달은 2014년 41억달러 규모로 4배 이상 성장했다. 디지털헬스는 텔레헬스 등 의료 분야와 개인 건강관리 분야를 모두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분야다. 최근 몇 년간 환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 대상의 건강관리 제품 및 서비스가 다수 등장했다. 투자자 또한 규제가 덜하고 단기적으로 성과 확인이 쉬운 기업고객 간 거래(B2C)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 업체가 벤처 붐을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 시장의 경우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정책은 디지털헬스 관련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개발하도록 촉진하고 있다.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는 또 하나의 배경은 헬스케어분야가 과거와 달리 점점 세분화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시장만 하더라도 이미 수년 전부터 블록버스터 제품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틈새시장에서 최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기업들의 주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맞춤의료 등이 헬스케어를 지배하는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관련기술 발전으로 난치성·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과거에 비해 훨씬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특정 영역에 강점을 가진 연구개발 기반 벤처기업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자금조달과 IPO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세분화된 헬스케어 제품이 실제 사용되면서 FDA도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리기준 마련을 심각하게 여기게 됐다. FDA는 새로운 기술의 상업화가 규제에 막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헬스케어산업 내 융합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전통적인 잣대에서의 참여자들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업체들의 신사업에 대한 수요가 강화되면서 향후 헬스케어산업의 지형도는 서서히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헬스케어 분야에 참여하는 IT기업을 헬스케어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지 IT기업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지 판단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헬스케어는 IT와 융합되면서 미래의 혁신과 부가가치 증가를 주도하는 부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기업뿐 아니라 IT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지금과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연구개발 등 차별화된 역량으로 맞서 나간다면 헬스케어부문에서의 시장 지도는 머지않은 미래에 매우 새로운 모습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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