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행복은 소득의 함수…곳간에서 인심난다

입력 2015-06-19 19:26  


“옛날이 좋았지”, “옛날이 더 행복했어”라는 말은 오래된 푸념이다. ‘옛날 행복가설’은 30년 전, 50년 전, 100년 전, 수백년 전에도 유행했다. 200여 년 전 애덤 스미스도 “과거가 좋았다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다”라고 꾸짖은 것을 보면….

옛날이 지금보다 정말로 좋았고, 행복했을까? 대답은 물론 “무슨 말씀을”이다. 현재가 더 좋고, 더 행복한 삶을 산다는 점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기준은 셀 수 없이 많다. 우리의 할아버지 시절만 하더라도 ‘보릿고개’가 있었다. 해마다 5, 6월 이맘때면 보리 추수를 할 때까지 식량이 없어 산나물을 캐거나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끼니를 이어가곤 했다. 의식주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생활이 지금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사실 행복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가난해도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부유해도 불행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한 사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행복지수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해마다 세계 행복지수가 발표되곤 하지만 행복지수를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정책을 펴는 나라는 없다.

경제학자들은 한 나라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주관적 개념인 僊뮌?아니라 객관적인 사회 지표를 활용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건강하게 문명생활을 하면서 오래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달성되는 정도’ 즉 평균수명, 문맹률, 영아사망률 등이 지표다. 이런 지표는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양호하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소득 즉 물질적 풍요가 필요조건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옛날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인간의 역사적 근시안과 인지 부조화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재와 가까울수록 세부 사항을 더 잘 떠올리고, 과거와 현재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지한계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과거에 있었던 만성적 굶주림, 영아사망, 부족말살, 인신공양, 고문, 여성학대 같은 원시성은 간과하고 최근의 사건 사고만 심각하게 본다. 신문·방송 등은 이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장면이 훨씬 많지만 미디어는 살인, 화재, 홍수, 테러 같은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의 역사를 보면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소득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 왕들이 누리던 풍요로운 삶을 지금은 보통 사람들도 즐긴다. “옛날이 좋았지”는 틀린 말이다. 행복과 삶의 질, 경제 성장의 관계 등을 4~5면에서 만나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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